'천재 소년'으로 불린 송유근(19)군이 재학 중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송군의 지도교수인 박석재(59)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연구위원을 지난달 해임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표절 판정을 받은 것이 원인이다. 논문 조작이 아닌 표절로 교수가 대학에서 해임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학 측은 연구 부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일벌백계 차원의 조치라고 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표절로 판명되면서, 재학 중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징계를 받게 된 천재 소년 송유근군.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구?]

[[키워드 정보] 자기 표절이란?]

UST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과 연계한 대학으로 학생들은 각 출연연에 소속돼 학위 과정과 연구를 병행한다. 교수도 출연연 연구자들이다. 송군은 12세였던 2009년 UST에 입학해 국내 최고의 블랙홀 연구 권위자인 박 위원의 지도를 받았다.

두 사람은 작년 10월 유력 학술지인 천체물리학 저널에 블랙홀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송군이 제1저자, 박 교수가 교신(책임)저자를 맡았다. 하지만 논문이 발표되자 과학계와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 논문이 2002년 박 교수가 이미 발표했던 논문을 인용 표시 없이 거의 베낀 '자기 표절'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천체물리학 저널을 발행하는 미국천문학회는 작년 11월 이 논문을 표절로 판명하고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논문이 철회되면서 올 2월 예정됐던 송군의 졸업도 미뤄진 상태다. 송군의 박사 학위 논문은 작년 11월 이미 통과됐다. 하지만 UST는 박사 학위 수여 요건으로 학위 논문 이외에 유력 학술지 논문 한 편을 더 내도록 하고 있다. UST는 재학 기간을 최대 9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송군은 내년 2월 이전에 유력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하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박 위원이 송군의 졸업을 서두르기 위해 논문 표절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UST는 논문 표절 사건 이후 연구윤리위원회를 소집, 4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뒤 박 위원에 대해 해임을 의결했다. 문길주 UST 총장은 "과학자에게 연구 윤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다소 강도 높은 처분을 내렸다"면서 "밝힐 수 없지만 품위 손상 등 추가적인 사유도 있다"고 말했다. 송군의 지도교수도 박병곤 천문연 대형망원경사업단장으로 변경됐다. 박석재 위원은 UST 교수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천문연 연구위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박 위원은 전화 통화에서 "이미 종결된 사안이고,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UST 측은 송군에 대해서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송군 역시 해당 논문에 책임을 져야 하는 제1저자이기 때문이다. UST 관계자는 "2주간의 근신과 함께 반성문을 제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송군 측은 징계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학교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군은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여덟 살 때 인하대에 입학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대학 생활 부적응으로 자퇴한 뒤 박석재 위원의 권유로 UST에 진학해 항공우주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