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일본 초밥장인 후지모토 겐지.


'결혼설'이 제기됐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여동생 김여정(29)이 현재 미혼이며, 최근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고 '김정은의 요리사'로 유명세를 얻은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69)가 밝혔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후지모토는 9일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와 중앙일보에 게재한 수기에서 지난달 12일 북한 평양의 '김정은 관저'에서 열린 연회에서 김정은과 김여정을 직접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사령관(김정은)이 (연회에서) '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고 했고, 축하 인사를 하자 여정은 다소 수줍게 '고맙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에서는 여정이 최룡해 비서의 차남과 결혼했다는 설이 유포돼 있으나 오보이고, 아직 독신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후지모토는 지난 2011년 김정은의 초청으로 방북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연회 자리에서는 지난번에 출석했던 '거물' 두 사람이 결석이었다"며 "한 사람은 2013년 말에 처형된 장성택 행정부장, 또 한 사람은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였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리설주의 연회 불참에 대해 딸(2013년 초 태어난 주애)이 감기에 걸려 아내도 딸과 함께 격리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모토는 "연회 테이블에는 노동당 간부 20여 명이 착석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최고사령관(김정은)의 오른쪽 남자가 최룡해 비서였다"며 "지난해에 실각했다고 보도됐으나 건재했다"고 적었다.

이날 연회에는 반주로 고급 보르도 와인이 제공됐지만, 김정은은 와인 잔을 다 비우려 하지 않았다고 후지모토는 전했다. 김정은은 그에게 "며칠 전 하룻밤에 보르도 와인을 열 병이나 마셨더니 위 상태가 조금 나빠진 듯하다. 후지모토도 오늘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이 자리에서 "로켓이나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것은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교섭을 시작하면, (미국은) 바로 무리난제(無理難題)를 들이민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험악하지만 전쟁을 할 마음은 없다. 그래서 어디에도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쏘아 올리고 있지 않은가? 내 발언은 공개해도 상관없어"라고 말했다고 후지모토는 전했다.

초밥 요리사인 후지모토는 1982년 북한으로 건너가 고려호텔 일식당 등에서 일하며 김정일 일가와 친분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2001년 식재료를 구하러 간다는 핑계로 일본으로 갔다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탈북하였다.

2003년 김정일 일가의 감춰진 사생활을 폭로한 책 '김정일의 요리사' 일본에서 출판한 그는 당시 김정은의 존재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하면서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은 외에는 없다"고 예견해 관심을 받았다.

후지모토는 이번 방북 이유에 대해서는 "나에게 베이징의 M씨(재일교포)가 전화를 걸어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평양에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