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해외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2심 변호를 맡은 부장판사 출신 최모(여·46) 변호사가 수사 검사를 찾아가 "2심에서 구형량을 깎아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1일 밝혀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 대한 2심 재판이 진행되던 작년 12월 말부터 올 1월 사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S부장검사를 두 차례 찾아가 만났다. 최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의뢰인(정 대표)이 도박 퇴치를 위해 기부도 할 생각이다. 그러니 구형량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S부장검사와 최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이고,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S부장검사는 검찰이 정 대표에게 2심 구형을 하기 전에 인사 발령으로 다른 검찰청으로 옮겼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로 정 대표에 대한 구형량을 징역 3년(1심)에서 2년 6개월(2심)로 깎아줬다. 정 대표는 결국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1심(징역 1년)보다 선고 형량도 깎였다.
이에 대해 S부장검사는 "최 변호사가 찾아와 구형량을 깎아 달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심에서 구형량이 줄어든 것은 청탁 때문이 아니라 정 대표가 수사에 협조하고 2억원을 도박 퇴치 기금으로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사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피고인의 변호인을 여러 차례 만나 구형량 등과 관련한 말을 나눈 것 자체가 잘못된 처신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앞서 최 변호사가 검찰에 '구형량 로비'를 하던 즈음인 작년 12월 말 정 대표의 측근인 브로커 이모(56)씨는 정 대표 2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L부장판사와 저녁을 먹으며 '선처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 대표 측 인사들이 2심 재판과 관련해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하면서 다각적인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도주한 브로커 이씨를 추적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씨를 출국 금지하고 이씨와 주변인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씨는 정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 상가 임대사업권을 따내는 데 로비하겠다는 명목으로 2012년 9억원을 받아간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한편 최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이 아닌 이숨투자자문 사건과 관련해서도 법원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 변호사는 작년 8월 다단계 사기 혐의로 재판받던 이숨투자자문 실소유주 송모씨의 2심 변호를 맡았는데,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송씨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심 재판에선 '송씨가 또 다른 사기 사건을 저지르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탄원서가 재판부에 접수됐으나 재판부는 "다단계 사기 피해가 대부분 회복됐다'는 이유로 송씨를 풀어줬다고 한다. 송씨는 문제의 또 다른 사기 사건으로도 기소돼 이 사건에선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 측은 "사건 기록을 검토해 내린 결론이며 최 변호사의 청탁 때문에 재판 결과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