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 건강 지식 프로그램에서도 첨가물에 관한 정보를 많이 다뤘다. '미니멀라이프', '비우는 생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생활 습관, 음식, 화장품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요소에서도 '빼기' 열풍이 지속 되고 있다. 각종 첨가물이 많이 들어갔거나, 한 첨가물이 과하게 들어간 게 건강에 안좋은건 알겠는데 대체 무조건 안 들어간 게 좋은 건지, 또 '무첨가(無添加)'라 표기된 것들이 무조건 정말 무첨가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무첨가(無添加) 식품을 과신하지 마라.
무첨가란 첨가물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표시가 의무화된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군지 가즈오
소비재 '無첨가' 지속적 인기… 뺄수록 건강해질까?
마트에는 특정성분을 넣지 않았다는 '無', 'FREE', 'ZERO' 표시 제품이 가득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특정 성분을 넣지 않았다는 광고를 하는 한 식품은 출시 1개월 만에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4년, 한국미래소비자포럼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무첨가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이었다. 결과를 보니 10명 중 7명이 물건 살 때 '무첨가' 표시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첨가물 정보를 스스로 찾아 유해여부를 판단하는 소비자는 3명 중 1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무첨가 제품은 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이용한 상술에 가깝다"며 "단순 문구에 이끌릴 것이 아니라 각 성분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첨가 표기의 시작은 조미료 속 MSG 성분이었다. MSG는 'L-글루탐산일나트륨'을 일컫는 말, 각종 가공식품에 들어가며 화학조미료의 대명사로 통한다.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최근 인공 화학조미료보다는 천연조미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MSG가 들어 있는 식품을 꺼리는 경향이 생기면서 무(無)첨가 표기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무첨가 표기 제품들은 일반 제품보다 가격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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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無첨가' 표기에 관한 이야기
MSG는 무조건 나쁘다? 답은 NO!다. 식품에 대한 잘못된 속설과 통념이 우리 먹을거리 안전을 해치고 있다. 사람의 모유에도 있는 MSG 성분. 적절히 활용하면 감칠맛은 물론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1968년 미국의 한 의사가 MSG가 들어간 중화요리가 가슴 압박감이나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주장한 ‘중화요리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 MSG 유해성 논쟁의 시발점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5년 전 이야기이며 근거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이미 결론 났다.
MSG를 첨가하지 않은 식품은 MSG와 동일한 수준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핵산이나 효모추출물, 식물이나 동물성 추출물 등 많은 복합적인 조미 소재를 사용한다. 즉 MSG 하나가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첨가물을 넣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어떠한 조미 소재도 한 종류만을 사용해서는 MSG의 감칠맛을 낼 수 없다. 이 때문에 이것저것 더 많은 종류의 조미 소재를 융복합해서 MSG의 감칠맛에 가깝게 하고 있는 것이다. MSG는 발효를 통해 얻어낸 글루탐산이 주성분으로 다른 복합적인 맛의 조미 소재와 달리 음식 본연의 맛에 감칠맛만을 더하기 때문에 그 어떤 조미 소재보다도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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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섞인 가장 짧은 구조의 탄수화물이다. 쌀밥과 빵 등에 들어 있는 녹말과 셀룰로오스는 분자 구조가 길게 이어진 탄수화물이다.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분자 구조가 짧아져 포도당이나 과당 형태로 천천히 인체에 흡수된다.
최근 과도한 사용으로 건강을 망치는 주범으로 찍혀있지만 기원전 4세기부터 인류가 먹었던 감미료로 적당한 단맛은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설탕의 단맛은 뇌 안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세로토닌을 분비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억력 향상이나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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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탕' 마케팅의 함정
'무(無)설탕' 'Sugar free' 등이 써있는 제품에도 함정이 있다. 설탕만 첨가하지 않았을 뿐, 액상과당·결정과당·올리고당 등을 넣는 경우다. 이는 영양성분표 중 당류 함량을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당류가 0이라면 설탕뿐 아니라 그 어떤 당류도 첨가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숫자가 써있다면 설탕 대신 다른 당류를 넣은 것일 수 있다. '무가당(無加糖)' 제품도 신경 써서 골라야 한다. 무가당이란, 제조 과정에서 당류를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당류가 전혀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금 이어 설탕 빼기… 低糖(저당) 음료가 더 잘 팔려]
작년, '글루텐 프리'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다. 글루텐 프리는 밀가루에 함유된 특정 성분인 글루텐을 피해 음식을 먹자는 뜻이다. 밀가루 속에 들어있는 글루텐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이는 밀가루를 찰지고 쫄깃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장 내 염증을 일으키고 소화장애 피부장애, 천식, 비염, 두통까지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글루텐이 처음 문제가 된 것은 셀리악병 때문이다. '셀리악병'은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글루텐을 먹으면 장 속 흡수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글루텐이 없는 음식을 먹으면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 셀리악병은 백인에게 흔하다. 서양인의 30~40%는 셀리악병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동양인에게는 흔치 않다. 최명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난해 30대 여성 1명이 국내 첫 셀리악병으로 진단됐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희귀한 병"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 중 글루텐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난 후 복통이나 설사 같은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비(非)셀리악 글루텐민감성'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사람의 경우라면 효소나 유산균을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무 글루텐' 마케팅의 함정
작년 '글루텐에 중독된 도시를 구하라' 광고카피가 화제가 되었다. 현대인에게 글루텐이란 살을 찌우고, 특정질병을 일으키는 몸에 나쁜 성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글루텐 프리' 제품 속속 등장했고 이 상품들이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 생각했다.
글루텐 프리 음식을 다이어트식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글루텐과 비만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지 않다. 피자·햄버거·파스타 등 밀가루 음식을 먹고 살찌는 이유가 글루텐 때문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음식에 들어가는 첨가물 때문인 경우가 많다. 글루텐 프리 음식의 경우 글루텐 프리 제품의 한계를 맛으로 보완하기 위해 나트륨이나 당류를 더 첨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살을 찌울 수 있다. 실제 글루텐 프리 냉동 미트 파스타와 일반 냉동 미트 파스타를 비교했더니 당류는 2배, 콜레스테롤 수치는 8배 높았으며 지방과 나트륨 함량도 더 많았다.
[글루텐 프리 의미, 건강 염려로 인한 '밀가루의 누명'일까?]
첨가물에 관련한 많은 논란과 걱정은 식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몸에 닿는 생활용품 및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성분에 관한 건강상식들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치약도 패션이다]
'무 파라벤' 마케팅의 함정
한국독성학회는 "파라벤 대신 다른 성분이 들어간 치약이 파라벤 함유 치약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라벤을 쓰지 않을 경우 보통 페녹시에탄올이라는 보존제를 대신 사용하는데, 이 물질의 독성이 더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FDA도 최근 "페녹시에탄올이 신경계를 교란시켜 구토, 설사, 호흡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파라벤 프리'라고 광고하는 치약 속 성분을 살펴보니, 방부 효과를 내는 성분은 적혀 있지 않았다. 해당 회사에서는 "항균 등의 효과를 내는 여러 가지 천연 물질을 섞어서 방부 효과를 낸다"고 했다. 치약 3종의 가격을 비교했더니 1000원부터 1만8000원까지 다양했고,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3년이 었다. 치약을 사용한 후 느낌은 파라벤이 있는 치약과 큰 차이가 없었다.
▶ 참고=헬스조선 기획
실리콘은 모래나 석영 속 규소에서 얻은 합성물질이다. 화장품이나 샴푸에는 실리콘에 탄소화합물을 더한 오일 형태로 들어간다. 실리콘은 표면을 코팅하고 물질을 잘 퍼지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샴푸나 화장품 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샴푸 원료로 사용될 때는 모발을 코팅해 모발 단백질(케라틴) 손상을 막아 주고, 화장품 원료로 사용될 때는 화장품의 발림성을 부드럽고 좋게 한다.
'무 실리콘' 마케팅의 함정
실리콘 자체는 나쁜 성분이 아니다. 아주대병원 피부과 강희영 교수는 "실리콘은 자극이 적고 알레르기도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성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실리콘 성분을 안전한 물질로 분리해 성인은 물론 영유아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실리콘 성분 자체가 무조건 피부나 두피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 두피나 모발, 피부 등과 강하게 밀착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씻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실리콘 찌꺼기들이 두피 모공을 막아 비듬, 각질을 일으키고, 나중에 탈모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피가 자주 가렵거나, 트러블이 잦은 민감성 두피라면 실리콘 프리 샴푸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머리를 찰랑이게 하는 실리콘 성분을 뺐기 때문에 머리를 감은 후 모발이 뻣뻣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컨디셔너를 사용하면 안 된다. 컨디셔너에도 실리콘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리콘 프리 샴푸를 사용한 후 뻣뻣한 머릿결 때문에 고민이라면 천연 에센스 오일을 사용하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