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밤 전남 여수의 한 버스정류장 버스정보안내기 화면에서 40여 분이나 ‘음란 동영상’이 방송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버스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버스정류장 정보안내기에 어떻게 음란 동영상이 올라갈 수 있었을까?
여수 시내 단 한 곳의 단말기에서만 영상이 나왔다는 점에서 해커가 이 단말기를 직접 해킹했거나, 지능형교통체계(ITS)를 통해 해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수시는 2009년부터 ITS와 함께 버스정보시스템(BIS)을 구축, 현재까지 모두 17억 7000만원을 들여 174개 버스정류장에 버스정보안내기를 설치했다.
이 안내기는 버스 이동 경로와 도착 시각 등의 교통정보를 비롯해 시정 홍보 영상, 행사 안내 등 각종 홍보 영상, 뉴스와 날씨 등의 정보를 화면을 통해 제공한다.
이 버스정보안내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여수시청 교통통제센터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오류가 확인되면 상황실에서 원격제어를 통해 전원을 차단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난 24일 오후 10시 40분쯤에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해 실시간으로 오류를 확인하지 못해 40분이나 음란 동영상이 재생되는 상태로 방치됐다.
거기에 시스템 원격제어 기능을 해커가 차단하면서 상황실 대처가 불가능했다. 결국 담당 직원은 현장으로 달려가 전원을 차단하고 메모리카드를 제거해야 했다.
원격제어 기능이 차단된 점으로 미뤄 경찰은 해커가 상당한 수준의 해킹 능력을 갖춘 인물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여수시가 제출한 메모리를 토대로 해킹이 이뤄진 경로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버스정보안내기 단 1대에서 영상이 송출된 점으로 미뤄 현장 단말기에 직접 침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수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등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