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7만5000명, 1인당 GDP 1685달러(약 193만원), 국토 면적 남한의 약 4분의 1….

아프리카 북동쪽의 '초미니' 국가 지부티가 세계 주요국 군사기지 진출의 각축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서방국에 이어 중국이 지난해 지부티와 해군 기지 건설·운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육·해·공군을 모두 수용하는 기지 주둔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부티 외교부 관계자를 인용, "지부티가 최근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지 건설에 대한 제안을 받았고, 이를 수용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이어 중국까지 기지 설치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중국의 지부티 기지 계약 조건이 최근 공개됐다. 중국은 이곳에 수천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기지 사용료로 매년 2000만달러(약 230억원)를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지부티 관계자는 "계약 기간은 10년이고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부티 기지는 중국의 첫 아프리카 해외 군사기지로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전략의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부티는 어떤 나라?]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전략이란?]

현재 지부티에 가장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해군 기지와 비행장, 드론 운용 병력 등을 포함해 45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은 매년 기지 사용료로 6000만달러(약 690억원)를 지부티에 지불하고 있다. 미국이 지부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 9·11 테러 이후이다. 인도양과 홍해를 잇는 길목에 자리 잡은 지부티의 앞바다는 세계 상선의 30%가 다닐 정도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1977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킨 나라는 프랑스가 유일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건설했고, 이후 지부티는 미국의 군사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소말리아 해적이 아덴만과 인도양 지역에서 상선과 유조선을 납치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국제사회는 해적 퇴치 거점으로 지부티를 주목했다. 일본과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해적 퇴치를 위해 아덴만에 군함을 파견했고, 각종 물자 보급과 장병들의 휴식처로 지부티를 선정했다. 일본은 2011년 7월 이후 600명 규모의 해상자위대를 지부티에 주둔시키고 있다.

지부티에 각국의 군사기지가 몰려드는 데는 지부티의 '개방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부티 마흐무드 알리 유수프 외교부 장관은 "우리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위치'"라며 "홍해·인도양의 길목이 평화롭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나라라면 누구에게나 지부티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홍해의 두바이·싱가포르를 꿈꾼다

지부티가 올해 7% 이상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두와 철도 등 현재 지부티에서 실행되고 있는 대규모 공사 규모는 95억달러에 달한다. 지부티 경제 규모(GDP·16억달러)의 약 6배에 달한다. 이웃 에티오피아 수입의 90%가 지부티를 통과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97억달러어치의 건설 계약이 체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지부티는 홍해의 두바이·싱가포르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맹률이 45%에 이르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실업자일 정도로 취약한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