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꿈꾸는 자는 아름답다. 그리고 그들의 집합체인 '꿈꾸는 팀'은 더 아름답다. 영국 맨체스터에는 '조금 다른 꿈'을 꾸고 있는 팀이 하나 있다.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FC유맨이다.
유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승부를 꿈꾼다. 물론 이는 다른 하부리그 팀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최고 명문 맨유와의 대결을 원한다. '꿈의 대결'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맨이 바라는 '꿈의 대결'을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맨유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복수다.
유맨은 '안티(Anti)맨유'에서 시작했다. 2005년이었다. 미국 자본가 말콤 글레이저가 맨유를 인수했다. 맨유 서포터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거대 자본이 순수한 축구 구단을 잠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팀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유맨'이다.
처음은 힘들었다. 창단 첫해인 2005~2006시즌 10부리그인 노스웨스트 카운티 리그 디비전2에서 시작했다. 2006~2007시즌 9부리그, 2007~2008시즌 8부리그까지 올라왔다. 8부리그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승격했다. 2008~2009시즌부터는 정체기였다. 7부리그에 계속 머물렀다. 2009년 한국도 찾았다. 당시 K3리그에 있던 부천FC1995와 친선경기를 펼쳤다. 2006년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로 연고이전했다. 덩그러니 남은 팬들이 부천FC 1995를 만들었다. 양 팀의 맞대결은 한국과 영국 양쪽에서 모두 큰 이슈가 됐다.
유맨은 2014~2015시즌 우승하며 6부리그인 내셔널리그 노스로 승격했다. 그 사이 새로운 구장도 갖췄다. 창단부터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그 사이 전용 구장에 대한 여론이 생겼다. 유맨 구단은 맨체스터시의회를 설득했다. 맨체스터 북동쪽 모스톤 지역에 비는 자리가 있었다. 의회를 설득해 부지를 확보했다. 스폰서 및 팬들의 기부로 650만파운드를 모았다. 팬들은 돈 뿐만이 아니라 노동력까지 제공했다. 하나하나 돌을 쌓았다. 브로드허스트파크라고 이름지었다. 2015년 5월 역사적인 개장 경기를 펼쳤다. 상대는 포르투갈의 벤피카 B팀이었다. 1968년 맨유가 유러피언컵 결승전에서 벤피카를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기념이었다. 2015~2016시즌부터 유맨의 홈구장이 됐다.
16일 브로드허스트파크로 향했다. 스탤리브릿지 셀틱과의 홈경기가 있었다. 역행이었다. 맨체스터 시내에 있는 많은 이들이 남쪽으로 향했다. 이들의 행선지는 올드 트래퍼드. 그곳에서는 맨유와 애스턴빌라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유맨의 홈구장 브로드허스트파크는 올드 트래퍼드와는 정반대편인 북동쪽에 있었다. 올드 트래퍼드로 향하는 트램만 북적일 뿐, 브로드허스트파크로 향하는 버스에는 몇명 타고 있지 않았다.
버스가 맨체스터 시내를 벗어났다. 외곽으로 향했다. 길거리에 조금씩 유맨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장에 가까워왔다. 생각보다 놀라웠다. 경기장 앞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었다. 경기장 옆 도로에도 차들이 서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유맨의 유니폼 그리고 머플러를 목에 걸고 있었다.
매치 프로그램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노인들이 많았다. 정문 근처에서 "매치 프로그램 투(2) 파운드"를 외치고 있던 마이크에게 물었다. 올해 60세인 그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매치 프로그램 수익은 구단을 위해 쓰인다"고 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2009년에 유맨이 한국에 간 적이 있다"면서 "그 팀(부천)도 잘 있느냐"고 했다. 2부리그에 있다고 하자 "그 팀은 조만간 원수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있을 때 그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성인 입장료는 9파운드였다. 티켓은 없었다. 들어가는 문에서 '현금 박치기'다. 10파운드를 내면 1파운드 동전을 거슬러 준다. 흡사 옛날 자료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4면 가운데 좌석은 본부석에만 있었다. 북쪽 골대 뒤는 '입석'이었다. 나머지 2개면은 좌석도, 입석 공간도 없었다. 팬들은 광고판 뒤에서 서서봤다.
어린이 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어린이들을 데려왔다. 손자를 데려온 크레이그는 "이곳은 내가 어릴 적 다닌 축구장과 비슷하다.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놀고, 젊은이들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가만히 앉아서 경기만 보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 역시 "다들 맨유 팬들이었다. 이제 맨유는 더 이상 우리 팀이 아니다. 유맨이 있다. 여기는 팬들의 사교장이자 우리의 꿈이 영그는 공간"이라고 자랑했다.
경기는 사실 지루했다 6부리그인지라 선수들의 기술이나 실력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홀로 경기를 지켜보던 중년의 한 팬은 "경기력을 보려면 맨유로 가면 된다. 분명 경기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유맨은 내 팀이다. 그게 내가 경기장에 오는 이유"라고 했다.
유맨은 다른 목소리에도 관대했다. 이날 경기장 앞에서는 최근 유맨 이사진의 행보에 반대하는 팬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우리의 팀이면 우리 뜻대로'라는 제목의 전단을 배포하고 있었다. 아무도 막는 이가 없었다. 팬들은 "다들 생각은 다른 것이다. 구단의 생각에 반한다고 해서 의사 표현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날 유맨은 3100여명의 관중 앞에서 0대1로 졌다. 시즌 종료까지는 2경기 남았다. 승격 가능성은 사라졌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팬들은 유맨의 응원가를 부르며 경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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