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전통시장을 찾아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찍는다. 민심을 얻고 서민 이미지도 가질 수 있는 ‘서민 행보’이지만 ‘서민 흉내’ 또는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한 방송에서 “국밥 먹방으로 대통령 된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철제 식판에 담은 병사용 군대 밥까지 뭐든지 맛있게 잘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먹는 장면이 많다. 11일에는 자신의 지역구(부산 중·영도)에 있는 국제시장을 찾아 온 가족과 함께 시장 바닥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어묵과 비빔당면을 먹었다. 손자에게는 어묵을 먹여줬는데, 어묵이 뜨겁자 입김을 불어 식혀서 입에 넣어주는 모습도 연출했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 유세 첫날인 지난달 31일에는 ‘먹방 투어’ 하듯 전통시장을 돌아다녔다. 서울 아현시장에선 만두, 팥죽, 꿀떡을 먹었고, 망원시장에선 닭강정을 먹다가 “(닭강정을) 옥새(玉璽)처럼 입 속에 숨기시라”는 상인의 말에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목동에선 서민 음식을 대표하는 어묵을 먹고, 시장에선 곰보빵, 제과점에선 젊은 층이 좋아하는 츄러스를 먹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6일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있는 전주를 찾아서는 아침을 전주콩나물국밥으로 시작했다. 10일에는 동대문구의 한 분식집에서 일명 ‘떡튀순’(떡볶이·튀김·순대)을 먹었다.
새누리당은 ‘먹방’을 공식적으로 유세에 이용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김무성 대표와 친박(親朴)계 서청원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등은 당사에 모여 카메라 앞에서 ‘화합의 비빔밥’을 나눠먹었다. 옥새파동 때는 김무성 대표가 급히 부산으로 내려간 원 원내대표와 자갈치시장의 한 횟집에서 회와 부산지역 소주인 ‘시원소주’를 나눠 마시는 장면은 전국에 실시간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공천 배제되자 영입한 진영 의원과 함께 전통시장에서 먹방 투어를 했다. 지난 6일 김종인 대표는 진 의원과 용문시장을 돌면서 어묵은 물론 금귤, 오징어포, 떡을 먹었다. 김종인 대표는 충북 제천 내토전통시장에서도 매운맛 빨간 어묵을 먹었다.
김무성 대표의 중학교 1년 후배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먹방으로 김무성 대표에게 맞불을 놓았다. 지난달 31일 문 전 대표는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서 김비오 더민주 후보와 함께 인사하며 어묵을 먹었다. 어묵은 서민 음식이기도 하지만 부산 특산품이기도 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진주 중앙시장에선 꿀빵을 먹었고, 같은 달 30일에는 포항에서 국화빵을 먹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도 김무성 대표처럼 국밥을 먹었다. 지난 2일 광주 대인야(夜)시장에서 안 대표는 박주선 후보와 함께 국밥집에서 국밥을 함께 먹었다. 1일에는 경기도 안양 중앙시장에서 핫바를 먹었다. 7일에는 서울 남성시장에선 방울토마토, 경기도 남양주에선 족발과 떡을 먹었다. 9일엔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상인이 건네주는 호박엿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