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선거 로고송 문제로 '여성 혐오' 논란에 휘말린 끝에 사과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일명 '흙수저밴드'로 불리는 '중식이밴드'와 '여기 사람 있어요' '심해어' '아기를 낳고 싶다니' 등 3곡을 총선 공식 테마송으로 쓰기 위해 협약식을 맺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월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중식이밴드'와 20대 총선 TV광고용 영상과 공식 테마송 협약식에서 중식이밴드 리더인 정중식씨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인디밴드 중식이밴드는 지난해 케이블채널 엠넷에서 방영된 '슈퍼스타K7'에 출연해 인지도를 얻었다. '아이를 낳고 싶다니'는 돈이 없으니 아이를 낳지 말자는 가사다. '여기 사람 있어요'는 절망적이지만 희망을 달라는 내용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협약식에서 "청년들의 이미지만 차용하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정치권에 대해서 정의당이 중식이밴드와 함께 이번에 단호하게 정리를 해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주도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 등에서 중식이밴드가 과거 발표한 노래가 여성 혐오적이고, 그런 밴드의 노래를 로고송으로 쓰는 정의당에 실망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은 "나는 약자고 여성인데 누굴 뽑아야 하느냐 정의당은 약자 편에 설 것처럼 공약하더니 젠더(gender) 문제는?"이라는 글을 올렸다.


중식이밴드의 노래 중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이라고 지목된 곡은 '선데이 서울' '좀 더 서쪽으로' '야동을 보다가' 등 3곡이다. '선데이 서울'은 라는 가사가 문제가 됐고, '좀 더 서쪽으로'는 한국 여성이 만나주지 않아서 국제결혼을 하겠다는 가사다. '야동을 보다가'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인터넷에서 본다는 내용이다.

중식이밴드의 보컬 정중식씨는 자신들의 곡 때문에 정의당에 비판이 가해지자 지난 1일 블로그에서 "여성 혐오성으로 의심되는 노래를 부른 것은 중식이밴드지 정의당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을 지지했다가 피해만 준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저희 노래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석할 수 있나, 피해의식을 가진 여자들이겠거니 하면서 어이없어 했다"면서 "남자이고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좀 더 어른스러워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정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7일 저녁 "중식이밴드의 과거 노래가사 일부가 성평등 감수성을 저해 한다는 당 안팎의 논란이 발생했다"며 "당의 총선광고가 성인지(性認知)적 관점에 대한 예기치 않은 우려와 논란을 불러 온 데 대해 당원, 지지자, 유권자 여러분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