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대구 수성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고전(苦戰)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영향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구 수성갑에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53%의 지지율을 얻어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28.6%)를 앞섰다. 김문수 후보가 부동층(18.4%) 표를 다 가져간다고 해도 이기지 못한다. "이번 총선에서 꼭 투표하겠다"고 한 적극투표층에서도 김부겸 후보는 57.6%의 지지율을 얻어 김문수 후보(29.7%)와 격차를 벌렸다. 연령별로도 김부겸 후보는 60대 이상 응답자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김문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성갑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이 17~19대 때 승리한 곳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47.8%로, 더민주(15%)와 국민의당(9.1%)을 크게 앞선다. 이 같은 환경에서 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선전(善戰)하는 것에 대해 김 후보에 대한 동정론과 새누리당 심판론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김 후보는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김부겸 후보는 그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를 앞서왔다. 영남일보와 대구·포항 MBC가 작년 12월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52%, 김문수 37.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
옆 지역구인 수성을에선 새누리당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주호영 후보가 45%, 새누리당 이인선 후보 25.2%, 더민주 정기철 후보 11.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적극 투표층에서도 주호영(47.6%) 후보가 이인선(26.6%) 후보를 앞섰다.
지지 정당을 새누리당이라고 밝힌 응답자들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이 후보(42%)보다 무소속인 주 후보(44.2%)를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당 공천을 못 받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찌 되겠나"라고 호소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주호영 41.2%, 이인선 26.2% 지지율을 기록했고, 4~5일 동아일보·채널A 조사에서도 주호영 40.4%, 이인선 26.9% 등 주 후보가 앞섰다. 주 후보는 17~19대 때 이 지역에서만 세 번 출마해 모두 당선됐었다. 주 후보의 지역 기반이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대구 수성갑 지역 19세 이상 504명, 수성을 지역 19세 이상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수성갑 13.7%, 수성을 11.7%였다.
상대 후보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난 새누리당 후보들은 이날 지하철 역사(驛舍)와 비 내리는 인도(人道) 위에서 사죄의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문수 후보는 대구 지하철 신매역에서 백배(百拜)를 하고 "대한민국 미래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중심을 잡아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인선 후보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도 위에서 수십 차례 절을 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도와달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후보들은 유권자들과 면대면(面對面) 유세에 집중했다. 더민주 김부겸 후보는 이날 온종일 아파트 단지를 돌며 유세했고, 무소속 주호영 후보도 골목 인사를 다니며 '골목 공약'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