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조 특파원

"이상 물체 발견!" "조준 사격 준비 끝!"

위장 그물이 쳐진 한 평(3.3㎡) 남짓한 초소에서 방탄모를 쓴 전투병 한 명이 실탄이 장전된 타보르-21(이스라엘 개인소총)로 전방을 겨눴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이집트 시나이반도 국경과 접한 이스라엘 남서부 네게브 사막의 니차나 지역. 이 전투병은 나이 스물의 여성인 미칼 이등병이다. 이스라엘 최강 남녀 혼성 전투부대 '카라칼' 소속이다. 900~1100명으로 추정되는 이 부대는 전체 인원의 60%가 여성이다.

그는 초소에서 50m 거리 국경 철조망 너머로 정체불명의 물체가 움직이자, 재빨리 본부에 무전을 친 뒤 한쪽 무릎을 꿇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잠시 후 물체가 사막여우로 확인되고 나서야 총구를 아래로 내리고 방탄모를 고쳐 썼다. 미칼 이등병은 경계 근무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카라칼 부대에 배치되기 전 훈련소에서 완전군장하고 물 한 통으로 사막 20㎞ 행군하기 등 7개월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전 과정을 통과했다"면서도 "경계근무 때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 분야에서도 여성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초소 뒤 부대 훈련장에서는 병사들이 남녀 구분 없이 한데 섞여 땀 흘리며 사격 훈련 하느라 한창이었다. 이들은 완전군장을 하고 10여m를 전력으로 뛰어간 뒤 털썩 엎드리고는 순식간에 포복 자세로 사격했다. 다른 한편에서도 남녀가 함께 분대장 구령에 맞춰 팔굽혀펴기로 체력 단련 중이었다. 카라칼 부대의 현장 지휘관인 알렉스 소대장(중위)은 "여자라고 더 봐줄 것 없이 남녀 동등하게 훈련하고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굳이 성(性)차별이라고 한다면, 사막 행군 시 여성은 따로 이동시킨 뒤 이들끼리 몸이나 천으로 가려 소변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유일하다"고 했다.

2013년 3월 이스라엘 남녀 혼성 전투부대‘카라칼’소속 병사들이 이스라엘 남서부 국경지대인 네게브 사막에서 행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4년부터 전투병과에도 지원자에 한해 여군을 배치하고 있다.

카라칼은 최근 경계수위를 한층 강화했다. 부대 관할인 니차나 지역에 이집트와 이스라엘 화물차량이 드나드는 통관 검문소가 있는데, 이곳이 테러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4년 카라칼 부대가 창설될 때 주 임무는 시나이반도를 통해 이스라엘로 넘어오려는 마약밀매상이나 불법 이민자 단속이었지만,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세가 불안해지자 3년 전부터 대테러 작전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IS에 충성맹세를 한 '윌라야트 시나'라는 무장단체가 시나이반도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작년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폭발 테러도 이들이 저질렀다.

대테러 작전에 여러 번 투입된 여성 소대장인 아다 중위는 "나라를 위해서라면 테러리스트와 육탄전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IS 같은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은 여자 손에 죽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와 맞서는 걸 몹시 두려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