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과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은 두 여자 연예인의 모습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먼저 C양.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적이 드문 늦은 시간에 조사를 받았다. 다음 날 등장한 L양은 밝은 대낮임에도 얼굴을 드러낸 채 음료수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이 공개되어 제대로 이슈가 됐다.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조사를 받으러 가던 태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이니셜로 보도된 그들의 정체를 추측하는 댓글들이 쏟아졌고, 이 두 사람이 아닌 다른 여자 연예인의 실명이 거론된 ‘찌라시’가 순식간에 유포됐다.

연예계 스폰서 및 성매매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얼마 전에도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의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 - 어느 내부자의 폭로’ 편에서 한 제보자가 성매매를 매개로 한 연예인과 스폰서의 관계를 폭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방송 전에도 방송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가수 아이비는 3억원 스폰서 제안을, 배우 정세희는 백지수표 제안을, 김부선은 대기업 임원에게서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폭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이런 증언이 있다고 해도 그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잠시 논란만 일 뿐 이내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 그동안의 수순이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논란은 과거 성현아 사건의 알선 브로커로 알려진 강모 씨가 지난달 다시 구속되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유명 여가수 C양과 걸그룹 출신 배우 L양 등을 재미교포 사업가에게 소개하면서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강모 씨는 지난 2010년부터 1년간 배우 성현아 등 여자 연예인을 재력가에게 소개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성매매 당사자로 지목된 성현아는 3년가량의 긴 법정공방 끝에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심을 이끌어냈다. 강 씨가 개입된 당시 성매매 사건에서 5~6명의 여자 연예인이 벌금형을 받았는데, 그중 한 명으로 거론되었던 성현아만 검찰의 벌금형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것이다.

검찰 출두… C양과 L양은 누구?
이번 해외원정 성매매 사건은 성매매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당사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속속 이뤄져 그 파장이 작지 않다. 연예계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사 내용에 따르면, C양은 브로커 강 씨의 알선으로 작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의 한 호텔에서 재력가인 재미교포 사업가 최모 씨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그 대가로 받은 돈은 3천5백만원. 명백한 해외원정 성매매가 이루어진 셈이다. 걸그룹 출신으로 알려진 L양의 혐의는 아직 수사 중이다. C양과 L양 이외에도 연예인 지망생 2명의 추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과거 성현아 사건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여자 연예인들에 대한 추가 수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우, 가수 등 실명이 거론된 찌라시가 유포되고 있는데, 최근 검찰 조사와 관련해 출석한 연예인 명단이라는 설명이 사실인 것처럼 보여서 연예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찌라시를 읽어본 한 연예계 종사자는 “거론된 연예인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일에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유명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 성매매 스폰서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당사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이 실제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가 이뤄지면서 흉흉한 소문이 많이 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 몇 명 때문에 연예계 전체가 뒤숭숭하고 불편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지금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명은 공개될 수 없다. 이는 곧 ‘찌라시’에 일단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들이라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몇백부터 많게는 7억까지, 사실일까?
이번 사건으로 이슈가 되고 주목받는 것은 '연예인 누가 성매매를 했느냐'이기도 하지만, 과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이기도 하다. 증권가 찌라시에는 연예인의 실명과 함께 그들이 받았다는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A씨는 5천만원이 1회 성매매 가격이라고 나와 있고,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B씨는 3천만원이라고 되어 있다. 가수 C씨는 가장 낮은 금액인 7백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명과 구체적인 금액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찌라시가 설득력을 가지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산되고 있다.

연예인 성매매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이 금액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고 실제로 이루어지는 금액이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언급된 연예인이 그 금액을 받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대략 그 정도 금액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한다.


거액의 성매매를 하는 그들은 누구?
연예인 성매매에 실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과연 성매매를 위해서 몇천만원 단위의 돈을 쓰는 사람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일반인이 보기엔 한 번의 성매매 대가로 그렇게 큰돈을 지불하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지기 때문.

이를 두고 일부 연예 전문가들은 "돈을 필요로 하는 일부 연예인과 돈을 내고서라도 연예인 혹은 연예인급의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욕망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연예인들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연예 관계자들은 주로 브로커가 중간에서 그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마당발로 소문난 A씨의 경우에도 한 사업가가 자신의 재력을 설명한 다음 형편이 어려운 연예인을 소개해달라며 찾아왔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특정 연예인을 지목하기도 하지만, 상대 연예인의 급에 따라서 금액을 정하기도 한다.


연예인 성매매, 근절될 수 있을까?
이번 검찰 조사로 인해 앞으로 연예인 성매매가 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연예 관계자 B씨는 "연예인에게 직접 접촉해서 워낙 암암리에 진행되는 일이라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관리할 수도 없는 문제"라며 연예인 성매매 근절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연예계 관계자들 중에는 이런 일이 실제로 진행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것뿐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C양 역시 소속사에서는 전혀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황이 분명해도 제대로 단속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에 출두한 C양의 경우에도 브로커를 통해서 다른 남성과 일회성으로 만난 구체적 정황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C양이 해외 국적 소지자이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사람과 교제했다고 답변하면 법망을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한다. 불구속수사 이후 검찰 송치, 기소 단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들에게 뻗치는 수많은 유혹의 손길에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모 연예기획자는 "요즘 데뷔하는 신인들은 철저하게 교육을 시킨다. 많이 알려져 있는 '연애금지' 같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윤리적으로 바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획사에서 보호를 해주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연예인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폰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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