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생 류준열은 올해 만으로 서른이 됐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다소 나이가 많은 감이 있지만, 짧은 시간에 본인의 이름 석 자에 무게감을 더한 그는 명실공히 새롭게 떠오른 청춘스타이자 대세남이다. 찍어낸 듯 식상한 외모가 아닌 개성으로 뭉쳐진 외모, 그리고 배우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연기력 그리고 매너.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던 절친한 배우 박보검은 “대본에 나와 있는 활자 그 이상을 보여주는 멋진 배우”라고, 안재홍은 “예상치 못한 다양한 얼굴을 지닌 배우, 늘 다른 모습이 기대되는 배우”라며 그를 설명했다.
실제로 배우 류준열의 무게감은 영화 로 데뷔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많이 달라져 있다. 에서 ‘BJ 양게’로 평단과 관객의 시선을 제대로 사로잡은 그는 인생작 tvN
을 만나 폭풍적인 인기와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최근 개봉한 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들유들한 매력을 가진 지공이라는 캐릭터를 맡아 유쾌함과 탄력을 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봉작도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 , 등 류준열의 이름이 더해진다는 이유로 작품들의 기대치마저 높아졌다.
영화 공개 현장에서 만난 류준열에게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은 자의 안정감이 느껴졌다. 스무 살 청춘을 연기해서인지 젊고 파릇파릇한 기운이 느껴졌다.
# 스무 살 청년 되다
는 류준열이 를 찍고 나서 어떤 작품을 만날까 기대하고 있을 무렵 만난 작품이다. 대본을 읽고 너무 좋은 인상을 받아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스무 살 청년 네 명이 처음 여행을 떠나서 일어난 일이 이야기의 주축이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만 살던 친구가 밖에 나오면 여러 가지 일을 접하게 되는데,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중 가장 크고 상징적인 일인 것 같아서 재미있게 봤다. 주연작이라서 부담과 걱정이 많이 됐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
류준열이 작품에서 맡은 스무 살 지공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엄마에게 시달리는 재수생이다. 실제로 재수생활을 했던 경험을 잘 녹일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류준열이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인물을 연기한다. 네 명의 출연자 중에서 가장 맏형이었지만, 어리숙하게 발음하는 디테일을 잘 살려서 스무 살 지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맏형이었지만 나이 차를 현장에서는 못 느낄 정도로 친구들이 잘 따라주었고, 재미
있게 놀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숙소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특히 영화 속 네 주인공의 고민이 지금 우리가 배우생활을 하면서 하는 고민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류준열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배울 게 많았다고 덧붙이며 맏형으로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류준열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극 중 친구와 여행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낸 신음 소리. 19금 베드신이 아니라 야구연습 중인 친구를 빼내기 위한 작전 장면이다. 야구장 스피커에 신음 소리를 내서 감독이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친구들 몰래 도망치게 만드는 부분이다.
"신음 소리를 내는 장면을 찍을 때 촬영장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께 이야기했고, 흔쾌히 응해주셨다"면서 촬영 뒷이야기를 들려준 그는 "그때는 카메라도 고정설치 됐었고, 스태프분들이 모두 나가주셨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스무 살 청춘들의 이야기인 만큼, 스무 살에 대한 류준열의 진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실제 류준열의 스무 살은 속 지공과 비슷한 점이 꽤 있었는데, 재수를 했던 것이 가장 크다고 한다.
“스무 살 당시에는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때가 어떻게 보면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고, 그런 생각들이 쌓여서 힘든 시간들을 힘들지 않게 여기며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미래를 빨리 오라고 손짓할 필요도 없고,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즐기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실제 모습 매력 터진 '꽃청춘 아프리카'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즐기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말이 실재한다는 것은 최근 방송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드라마 포상휴가로 떠난 푸껫에서 제작진에 의해 강제로 떠난 아프리카 여행이었으나, 그는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주어진 현실을 즐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워낙에 여행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순간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류준열이었다.
준비 없이 갑자기 떠난 여행에서 그는 솔선수범하며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운전대를 가장 오래 잡으면서 궂은일은 앞장섰고, 짜증 나는 일이 생겨도 웃으면서 툭툭 털어버리는 여유를 보여줬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유창한 영어 실력도 화제가 됐다. 길을 묻거나 렌터카를 빌릴 때, 외국인 친구를 만났을 때도 스스럼없이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함께 여행을 떠난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은 입을 모아 "류준열이 없었으면 여행이 몇 배는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그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아울러 은 류준열의 오디션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소속사가 없었던 그는 3차까지 이어진 오디션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접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렇게 드라마가 끝난 이후 류준열의 매력에 빠진 시청자가 많다. 최근 에서 이름이 거론된 류준열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못생겼다거나 잘생겼다를 떠나서 불만이 없다는 소신을 보였다. 배우로서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으며, 그저 못생겼다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일종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 '배우'의 무게감 아는 충무로의 기대주
류준열에게 배우의 길은 갑자기 열렸다. 재수를 하면서 공부는 본인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재수시절, 얼마나 공부가 하기 싫었던지 두 시간이나 서서 잠을 자는 본인의 모습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영화를 하루에 두 편씩 꼬박꼬박 볼 정도로 좋아하고, 영화 보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수능이 끝나고 짧은 시간 집중해서 배우를 준비했다. 다행히 입시에 성공해서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배우의 길, 차근차근 경력을 쌓으면서 서른이 됐다. 이름을 늦게 세상에 알린 셈이지만,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올해는 스크린에서 얼굴을 보일 기회가 많을 것 같다. 정우성, 조인성과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촬영을 확정지었고, 에도 출연 예정이다. 는 1980년대 우연히 광주에 가게 된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등을 연출한 장훈 감독의 신작이다. 송강호가 캐스팅을 결정지었고, 유해진도 긍정적으로 출연 검토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충무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인 류준열의 2016년이 더 기대되는 것은 그의 활동 시작이 충무로였기 때문이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단단함으로 채워져 있다.
"한 살 두 살 먹어가며 어른들이 왜 그때 그런 조언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어렸을 때 삼촌과 형들에게 받았던 상처를 저 또한 지금 누군가에게 주고 있지 않나 반성했다. 얼마 전 무슨 통계를 보니 초등학생들 꿈 중에 1위가 건물주던데 좀 충격이었다. 하긴 우리 땐 1위가 의사였다.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이젠 건물주가 된 거다. 초등학생에게 그런 꿈을 꾸게 하는 자체가 우리 사회의 상처다."
영화 개봉과 함께 그가 한 말이다. 우직하게 배우라는 길을 걸어온 그이기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