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모르는 번호 혹은 스팸 전화가 두세 통씩 걸려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가 뜨면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한다. ‘뭐야 이 번호’는 스팸 전화의 발신자 정보를 표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전화가 수신될 때 원하지 않는 경우 수신을 차단할 수 있어 스팸 전화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DB 구축

스타트업 에바인(Evain)은 Electronic의 ‘E’와 넝쿨을 뜻하는 ‘vain’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그들이 가진 IT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의 아픈 부분을 넝쿨 째 끌어안고 개선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2012년 윤영중 대표와 멤버 4명이 의기투합해 에바인을 만들었다.

“저를 비롯한 창업 멤버들은 IT 관련 일을 10년 이상 해오고 있었어요. 오랜 기간 일해오면서 어떤 가치보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던 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IT 기술로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당시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스팸 전화에 초점을 맞췄고, 그에 대한 솔루션으로 만든 게 ‘뭐야 이 번호’입니다.”

뭐야 이 번호는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DB를 구축했다. 집단지성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뭐야 이 번호 앱을 설치한 사람들이 직접 스팸 전화, 보험사의 가입 권유, 통신사 마케팅 등의 정보를 등록해줘야 한다.

“과연 사람들이 등록을 할까 싶었어요. 놀랍게도 3개월 만에 100만 명이 앱을 다운로드했고, 1000만 건이 넘는 전화번호가 등록됐어요. 귀찮더라도 등록을 해놓으면 그다음 스팸 전화가 와도 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뭐야 이 번호의 현재 다운로드 수는 총 950만 건, 정보 제공 수는 약 48억 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만 여 개의 전화번호가 등록되고 있다. 모니터링 요원의 관리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업데이트한다.

2012년 뭐야 이 번호 서비스 출시 후 NHN, KT 등 대기업에서 후스콜, 후후와 같은 유사 서비스를 내놓았다.

“유사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성이 있다는 게 아닐까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물론 벤처회사인 저희는 큰 자본을 들이거나 막대한 마케팅을 할 수는 없지만 실질적인 이용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어요.”

개발할 때부터 뭐야 이 번호에 주안점을 둔 것은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즉 사용자를 귀찮게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앱을 이용하는 유저의 참여를 통해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만큼 사용자가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스팸 번호 등록 외에 개인정보 등을 등록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거죠. 사용자에겐 쓰기 쉬운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스팸 정보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죠.”

뭐야 이 번호는 애플리케이션의 전화번호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 애플 ios의 보안정책에도 불구하고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아이폰 유저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스팸 전화가 걸려왔을 때 안드로이드는 스팸이라고 바로 떠요. 반면 애플은 불가능해요. 아이폰의 경우 ios의 보안정책상 전화가 왔을 때,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죠. 대안책으로 300~500개 정도의 스팸 전화번호 DB를 아이폰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어요. DB를 휴대폰 속 주소록에 삽입해 스팸 필터링을 하는 방식으로요. 단 ios의 정책상 자동 갱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화를 끊은 후 사용자가 직접 스팸 번호를 저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스팸 전화번호를 왜 휴대폰에 저장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용자가 많아요. 그 대안으로 벨이 울릴 때 메시지로 스팸 전화라고 알림을 주는 푸시서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뭐야 이 번호는 2013년 SK텔레콤과 협약을 맺고, 안심통화 서비스인 ‘T전화’에 스팸 전화 차단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에서 스타트업 론칭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스팸 전화, 굿바이~

한국항공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항공 정비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군에 입대해 정비 업무를 보면서 정비면장을 취득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정원이 없어 관제 쪽으로 가게 됐죠. 군에서 정비 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면 면장을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뜻하지 않게 업무가 바뀌었지만 관제시스템 운영 관련 업무를 하며 자연스레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군복무 후 진로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바꾼 그는 2001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IT인재를 일본으로 파견하는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신용조사기관인 제국데이터뱅크라는 회사에서 통계분석팀 개발자로 5년간 일하며 새로운 분야에 눈뜨게 됐어요. 각 기업의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를 원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일이었어요. 일본 내 60%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정보를 분석하며 정보의 수집과 가공, 표준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때 익힌 기술은 현재 뭐야 이 번호에서 운용하고 있는 서버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서버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뭐야 이 번호 앱에 발신자가 직접 제공하는 ‘발신자 정보 기능’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발신자 자신의 정체성을 상대에게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상품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마케팅 툴로도 용이할 것 같아요. 수신자는 발신자의 의중을 명확히 알 수 있어 편할 것이고요.”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각 나라의 번호 체계와 문화 등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한창이다.

“각 나라마다 국민 정서가 다 달라요. 우리나라는 텔레마케팅 전화의 대부분을 스팸 전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본의 경우 텔레마케팅 전화라도 전화를 건 이유, 소속, 번호를 알게 된 계기 등을 명시한 후 용건을 얘기해요. 또 국제전화, 로밍 전화에 대한 스팸 정보도 서비스할 계획이에요.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서비스 초반 스팸 전화로 등록된 기업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가 하면 입에 담지 못할 욕도 들었다. 스팸 전화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서비스였기에 욕먹을 각오는 이미 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뭐야 이 번호가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다섯 명의 개발자가 모여 시작한 에바인은 현재 17명의 멤버들이 함께하고 있다.

“팀원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마찰을 조율할 때 가장 힘들어요. 제가 뭐라고 한마디 하면 그게 끝이 되어 버리니까 그 한마디를 하기가 어렵죠. 그럴 때마다 내놓는 해결책은 ‘가장 쉬운 것부터 개발해보자’고 제안하죠(웃음). 의견 대립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에바인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것이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그는 스팸 전화가 IT기술이 낳은 현대병인 만큼 IT 기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스팸 전화 근절과 더불어 발신자가 먼저 통화 목적을 밝힐 수 있는 전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이런 기술과 문화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스팸이라는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안심하고 즐겁게 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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