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내 13개 중·고교 신입생들은 신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사복 차림으로 등교하고 있다. 교복이 없어서가 아니라 맞춘 교복이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 주관 교복 공동구매제'를 도입했다.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알아서 구매하던 것을 학교장이 조달청 경쟁입찰을 통해 교복업체를 선정해 교복을 일괄적으로 공급받는 식으로 바꿨다. 교복 가격 거품을 없애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다. 국·공립 학교는 이 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사립학교에는 권장사항이 됐다.
실제로 이 제도 시행 이후 교복값은 그전보다 20~30% 떨어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불거졌다. 많은 학교가 입학 전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교복을 맞추다 보니 제작업체가 신학기에 맞춰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작년에도 이런 소동이 벌어졌다.
교복을 받지 못한 13개 중·고교는 신입생들이 오는 6월 하복부터 교복을 입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하복을 입을 때까지 사복비를 또 부담해야 한다. 교복비를 내고도 한 학기 동안 교복을 입지 못하는 경제적 손실은 어떻게 할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동구매제는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단체로 교복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가정 형편상 교복을 물려받아 입는 학생들이 노출돼 이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이런 부작용들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 취지가 바랠 수 있다. 내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