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76명)한 용인 한국외국어대학부속고등학교(옛 용인외고)가 교육부의 지침을 어기고 학교생활기록부를 부당 기재했다가 교육부 징계를 받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대입 수시 전형은 학생부와 추천서, 자기소개서 위주로 선발한다. 이중 학생부는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교육부는 작년 8~9월에 경기교육청 정기 감사를 실시, 외대부고가 교육부의 지침을 어기고 1·2·3학년 학교생활기록부에 모의고사 성적, 한국사 성적, 외부 경진대회 수상 등을 세세하게 기록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교육부는 학생부에 각종 모의고사 성적, 외부 경진대회 수상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입시 전형에서 대학교가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자 해당 내용을 참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생들이 각종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외국어대부속고등학교 교사.

외대부고는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2013~2015년 전국단위의 모의고사 성적과 개별과목 성적을 기입했다. 또한 공인어학 시험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문장과 외부 기관의 공모전 수상 등을 적시했다. 모두 교육부의 지침에 어긋난 행동이다. 교육부는 외대부고 교사 조모씨 등을 비롯한 평교사 10명에게 경고 조치를, 지휘 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장 김모씨와 교감 정모씨에게 한단계 낮은 주의 조치를 내렸다.

정 교감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서) 학생부를 작성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선생들의 실수이며 그분들이 (교육부의 지침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두명의 교사가 아니라 10명의 교사가 지침을 어긴 학생부를 작성했다는 점에서 학교 측이 학생부를 그처럼 작성하도록 지시하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를 담당했던 교육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한 두 교사도 아닌데 단순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며 “(용인외대부고의 교사 전체를 조사할지는) 추가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외대부고의 부적절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육부는 "이전에도 경기교육청 자체 감사에서 용인외대부고에서 동일한 위반 사실을 적발한 적이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통지를 경기교육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외대부고는 문제가 된 학생부를 정정해 다시 작성했다. 하지만 정정조치는 수시 전형이 끝난 다음에 이뤄졌기 때문에 수시 전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A씨는 "학생부에 외부활동 수상을 기록하면 과도한 사교육비 증가를 부르게 된다"며 "외부 경진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