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혐오감정은 '성별 대립'에서 오는 '여성혐오'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는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혜택 또는 배려를 '역차별' '무임승차'로 간주하면서 남성들을 중심으로 점점 뿌리를 강화하고 세력을 키워왔다. 이제 인터넷이나 방송, 광고에서도 '여성혐오'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들과 담론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점점 세력화 일반화되고 있는 여성혐오에 대응해 여성에 의한 남성혐오도 등장했다.
여혐을 수면 위로 올린 '된장녀 논쟁'
2006년 온라인 상에 '된장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한 네티즌이 허영 가득한 여성의 일과를 정리해서 올린 '된장녀의 하루'를 통해 이 단어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처음 누가 가장 먼저 썼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군필자 가산점 제도 폐지 논란으로 남성과 여성의 대립이 격화될 무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군필자에게 공무원·공기업 채용 시 가산점을 주는 제도인 군필자 가산점 제도에 대해 1999년 역차별이라는 이의가 제기됐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장 박탈감을 느낀다는 '군대 문제'를 두고 남성과 여성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군필자 가산점 제도는 3년여 동안 논쟁을 거듭하다 2001년 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모 여대 커뮤니티 게시판이 시끄러웠고 이 때 한 남성이 여성에게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여자들'에서 된장녀라는 단어가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한편 비속어 '젠장'을 '된장'으로 바꿔 부르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어찌됐든 사회 밑바닥에 깔려있던 '여성 혐오' '여성 비하' 감정이 2000년대 초반 군필자 가산점 폐지 논쟁과 맞물려 '된장녀'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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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된장녀'라는 단어가 이슈되자 당시 이와 관련된 게임이 나오기도 했다. '된장녀 키우기' 게임은 한 여성 캐릭터를 된장녀가 되지 않도록 키우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하루 일과 가운데 두 가지의 행동지침을 주고 하나를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목욕탕에서 고급 샴푸를 쓰고, 외출복으로는 청바지 대신 미니스커트를 선택하며, 복학생 남자 선배들에게만 점심을 얻어먹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커피점을 가기 위해 '아는 오빠'를 꼬시면 '된장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의 행동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가득한 게임으로 당시 네티즌 간의 감정싸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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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녀로 소비되고 욕먹는 여성들
된장녀 이후 온라인 상에서는 각종 ○○녀들이 범람했다. 2005년 지하철에서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그냥 내려 사회의 지탄을 받은 개똥녀가 최초의 ○○녀였다면, 이후 여성이 주체로 또는 객체로 등장하는 모든 사건과 현상에는 ○○녀라는 호칭이 붙었다. 대부분 이런 호칭들은 '개똥녀' '패륜녀'처럼 사회 규범을 지키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거나 '엘프녀', '베이글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부각시켜 관음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한 호칭들이다. 비난과 관음의 대상이 아닌 '개념녀'처럼 긍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며 남성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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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해도 한국 여자들은 다 '김치녀'
지난 2014년 2월 25일, 서울 신촌 일대 20~30대 한국 남성 52명에게 "김치녀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김치녀라는 말을 써봤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김치녀'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김치녀'라는 말은 한국 여성들의 나쁜 속성만을 모아 놓은 신조어. 한국 여성은 이기적이고, 명품만을 좋아하며, 남자들을 뜯어먹으며, 직장에서 땡땡이 치기를 좋아한다 등의 비난과 폄하가 몽땅 김치녀란 말 속에 들어있다. 예전에 주로 쓰였던 된장녀와 비슷한 의미에서 한국 여성을 더 비하하는 단어다.
길거리 설문 조사 결과 한국 젊은 남성들에게 '김치녀'는 익숙하고, 상당히 공감하는 단어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치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100%의 남성들이 "들어봤다"고 응답했다. "김치녀라는 말은 써보지 않았지만 동의한다"는 사람은 무려 61.5%(32명)였고 실생활에서 '김치녀'라는 단어를 써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4명 중 1명(13명)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응답자의 96%(50명)는 "김치녀가 여성 비하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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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김치녀는 한국여성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미 '된장녀'라는 표현이 있었기 때문에 2011년 이전까지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나 뜻으로 쓰이진 않았다. 그러나 2011년 부터 온라인 상에서 한국 여성에 관한 글에 인용되는 횟수가 점차 많아지고, 남성 중심의 보수 성향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경멸하는 맥락 속에서 단어의 쓰임이 점차 변질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된장녀를 제치고 '여성혐오' '여성비하'를 나타나는 대명사가 됐다.
된장녀가 사치가 심하고 명품만 밝히는 여성들의 소비행태를 비난, 조롱하는 것으로 뜻이 한정됐다면 김치녀는 여성을 비하하는 범위가 훨씬 넓다. 2014년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내놓은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온라인의 주요 커뮤니티 5개 (디시인사이드, 다음 아고라, 네이버 뉴스 댓글, 일간베스트, 네이트 판)를 분석한 결과 김치녀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비만이고 못생겼고 성적 매력이 없으며, 이로 인해 성형을 하지만 원래 못생겼기 때문에 성형을 해도 예뻐지지 않고 반복하기만 해서 성형 괴물이 된다. 성적으로 문란하고, 남성의 돈으로 신분 상승을 하려고 할 뿐이지 능력이 없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민폐를 끼칠 뿐이다" 남성들이 흔히 얘기하는 개념없는 여성, 허영심 많은 여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이런 여성의 특징이 마치 전체 한국 여성에게 모두 있는 것처럼 일반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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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모성까지 공격하다 : 맘충
2015년 일부 몰지각한 아이 엄마를 가리키는 단어로 '맘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이 결합한 이 단어는 자기 자식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엄마,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핑계로 민폐를 끼치는 엄마, 모성을 이용해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는 주부들을 가리켜 왔지만, 점차 아이를 가진 대부분의 엄마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의 '맘충'은 남편이 뼈빠지게 돈을 벌 동안 가사와 육아는 도우미와 어린이집에 맡긴 채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백화점 문센(문화센터)를 다니는 한가로운 전업주부를 얘기하기도 한다.
맘충은 단지 김치녀처럼 여성이기 때문에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감정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다만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매너와 규범 의식에 대해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혐오와는 관련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맘(mom)'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여성성을 내포하고 있고, 비매너 행동과 각종 흉악 범죄 등을 일으키는 사람엔 남자들도 분명 존재하는데 이와 관련한 단어는 없다는 점에서 관련성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개인의 인성, 시민의식에 관련된 문제임에도 여성 프레임을 씌워 손가락질 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젊어서는 '된장녀' '김치녀'될까봐 조심해야 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서는 '맘충'될까봐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주로 2·30대 젊은 여성을 향했던 여성 비하와 대상화가 모성의 영역까지 들어왔다는 해석도 있다.
맘충이 가장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은 '낭낭하게'라는 유행어를 만든 '재연맘'과 '노키즈존 확산'이 있다. 음식점에서 서비스 군만두와 음식의 양을 넉넉하게 주지 않았다며 자신의 블로그와 배달 어플리케이션에 '재연맘'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주부의 후기는 인터넷에 삽시간에 퍼져 '맘충'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노키즈존'은 음식점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의 비매너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이유로 아이들을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런 '노키즈존'은 점점 확산 추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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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여혐'
광고를 비롯해 대중문화계의 고질병인 '여혐(여성 혐오)' 콘텐츠는 기발한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2012년 전국의 남친을 경악하게 했던 웅진식품의 버스정류장 옥외광고의 카피는 '날은 더워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였다. 남성의 경제력에 기대고 이에 대해 쉽게 불평하는 이른바 된장녀를 연상케했다. 모든 여자친구들이 이런 성향을 가진 것처럼 써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광고였다. 정부 부처의 홍보 포스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피임 홍보를 위해 만든 포스터의 문구는 '다 맡기더라도 피임은 맡기지 마세요'였다. 남성에게 자신의 짐을 모두 지우고 있는 여성의 모습에서, 또 피임은 오로지 여성의 책임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카피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꼈다.
얼마 전 네이버 계열사 캠프모바일이 개발한 스마트폰 사진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의 온라인 광고가 논란이 됐다. 한 남자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여자의 뺨을 때린 뒤 이 앱을 쓰라는 내용이었다. 사진을 화사하게 보정해 주는 앱을 설명하는 의도였지만 "못생긴 여자는 맞아도 된다는 거냐"는 비판이 거셌다. 캠프모바일은 결국 광고를 내리고 사과문을 올렸다. ▶기사 더보기
최근 이마트도 SNS에서 "남편 그만 볶고 쭈꾸미 볶자"라는 홍보문구를 달았다가 여성을 가해자로 몬다는 비난과 지적을 받았다.
광고 뿐만 아니다. 각종 매체와 창작물이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방식은 때론 교묘하며 때론 노골적이다. 2014년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하며 화제를 모은 가수 브로의 노래 '그런남자'는 된장녀로 불리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조롱하는 가사로 남성들 사이에 공감을 샀다. 노래를 작사·작곡을 한 가수 브로는 남자들의 한(恨)에 대해 노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노래는 여성혐오 감정을 부추기고 남녀갈등을 심화시킨다. 작년 여성을 납치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와 화보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남성 잡지 맥심(MAXIM)의 편집장은 화보에는 성범죄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해명글을 올렸다. 한국 사회에서 '나쁜 남자'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전혀 알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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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팬을 비하한 송민호군과 그걸 여과 없이 내보낸 방송사의 태도에 치가 떨리게 불쾌합니다.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 바랍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와 케이블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의 제작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케이블 힙합 방송에서 송민호가 오디션 도중 "MINO (송민호의 영어 이름)/딸내미 저격/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고 랩을 한 것이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즉각 "자신에게 열광하는 여성 팬들을 성(性)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명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사 더보기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메갈리아와 한남충 : 온라인상 여성 혐오에 대해 여성들이 반격에 나섰다. 이른바 '여혐혐(女嫌嫌)', 즉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다. 온라인 연대 '메갈리아' 는 '여혐혐'을 기치로 내세운 여성들의 대표적인 집결지다. '메갈리아'란 '메르스'와 '이갈리아'의 합성어다. '이갈리아'란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배경으로, 남녀 성역할이 뒤바뀐 가상의 세계다. 이 책은 대표적인 여성학 입문서로 꼽힌다.
일베를 중심으로 각종 여성 혐오 용어들이 퍼져 나가는 양상을 메갈리아는 '반사'한다. 허영심 많은 여성을 일컫는 '김치녀'에 대항해서는 '김치남'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자) 등의 용어를 만들었다. '여자는 삼일에 한 번 때려야 한다'는 말을 줄인 '삼일한'에 대항해 '숨쉴한'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뜻이다. ▶기사 더보기
맨스플레인 : 2015년 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는 여자들 머린 텅 비었어"라고 믿는 남자들의 일방적 장광설, 그 바탕에 도사린 젠더와 권력의 문제를 파헤쳤다. '맨스플레인(Mans plain, man+explain)'이란 신조어를 낳으며 전 세계 여성들을 열광시키고, 남성들은 열받게 했다. ▶기사 더보기
이 책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잘난 척하며 설명하려는 사람이 왜 유독 한쪽 성(性)에 많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출발한 저자는 여성의 입을 막는 '남성들의 가르치려는 습성'이 가정 폭력, 성폭력, 심지어 여성 증오 살인과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남자들의 권력 남용에서 비롯됐다는 것. 데이트 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른 올 한 해, "오빠가 설명해줄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를 경계하게 만든 책이다.
문제는 여성의 입을 막는 '남성들의 가르침'이 가정폭력, 성폭력, 심지어 여성증오 살인과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모두 남자들의 권력 남용에서 비롯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남자가 두드려 맞고 성희롱당하며 여자친구에게 명품백을 사주려 알바를 뛴다는 요즘 시대에 너무 심한 비약 아닌가 반문하는 사람들은 저자가 들이대는 통계에 머쓱해질 것이다. 9초마다 한 번씩 여자가 구타당하고, 6.2분마다 성폭력 사건이 신고되며, 남자들의 배우자(또는 옛 배우자) 살인이 1년에 1000건에 이른다는 미국의 현실 말이다. 미국뿐이랴. 온라인에 난무하는 성희롱, 개그프로의 여성 비하, "너 따위 여자가 뭘 알아?" 식의 여성혐오 발언이 극에 달한 지 오래다. ▶기사 더보기
가모장제 사회 : "어디 남자가 아침부터 인상을 써!"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하는 거 몰라?"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가 최고지." 이땅의 딸들이 아버지 혹은 남편에게 듣던 호통을 이젠 아들들이 어머니와 그의 아내에게서 듣는다. 개그우먼 김숙은 방송에서 가모장(家母長)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다. 아버지 말을 어머니의 말로 바꾼 발언으로 '가모장숙' '퓨리오숙'이란 애칭까지 붙었다. '퓨리오숙'은 영화 '매드맥스'에서 모계사회를 이끄는 여전사 '퓨리오사'와 '김숙'을 합친 별명이다. ▶기사 더보기
여성혐오 현상의 원인
많은 전문가는 여성 혐오 현상이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젊은 남성들의 불안감을 꼽았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혐오는 성 대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안하고 불확실한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다른 약자를 공격하며 위안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취업, 결혼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젊은 남성들이 지위가 향상되고 수가 늘어나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혐오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보수성향 커뮤니티의 한 회원 역시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남성 자신들의 무의식적인 열등감과 기존 가부장적 가치를 급속도로 부정해 나가는 현대 여성의 과격함을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라는 게 일베 회원도 인정하는 여성 비하의 핵심 원인이다. ▶기사 더보기
MBC 'PD수첩'의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는가' 편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현재 여성혐오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2·30대 젊은 남성에 집중돼 있는데 이들은 자라면서 대체로 '성차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학교나 가정에서 장남 또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아버지 세대처럼 대접을 받거나 진학이나 평가에서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여성에 비해 딱히 누린 것 없이 똑같이 자랐다고 생각한 이들은 20대 들어 군대와 취업 문제를 겪으면서 남성으로서 가지는 책임과 의무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현재 2·30대 여성들이 가장 혜택받은 집단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런 근거에서다.
한편 이들은 아버지 세대들이 누렸던 가부장적 권위와 권력을 가져갈 수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그들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남성으로서의 권위는 그대로 가져가려고 한다. 현재 성역할과 가족 관계의 변화 등 한국사회의 과도기적 모습이 남성의 모순적인 태도와 생각이 한데 섞여 나온 것이 '여성혐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