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비인간적인' 수감생활이라면, '인간적인' 수감 시설은 어떤 것일까.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 앞에서 우퇴위아섬에서 여름캠프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77명을 살해한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 법정 최고형인 징역 21년형을 선고 받은 그는 지난 14일 노르웨이 교도소의 '비인간적인' 수감생활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소송을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냈다.
그러나 학살범 브레이비크가 '누리는' 수감 환경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3개의 방(cell)을 보유한다. 침실·독서공간·운동공간. 여기에 매일 마당에서 운동할 수 있다. 자신만의 컴퓨터가 있고(인터넷 연결은 안 됨), 비디오 게임과 TV 시청, 신문 읽기가 허용된다. 스스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여자 친구"와의 통화도 허용된다.
브레이크비크는 자원봉사자와의 체스 게임은 거절했지만, 교도소 내 대회인 집 짓기에도 참여했다.
이런 '인간적인' 교도소 환경에도, 그는 뭘 불평하는 것일까. ▲잦은 몸수색을 당하고 수갑을 차야 하고 ▲미국과 러시아에 수감된 자신과 같은 '신(新)나치주의자'들과의 서신 교류가 막혔고,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편지를 받지 못하고 ▲방문객들과 만날 때에도 다른 수감자와는 달리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서야 면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신은 '물고문'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두통·불면증·무력감 등을 호소했다.
노르웨이 당국은 브레이비크의 수감 조건은 유럽인권재판소 기준을 지키고 있으며 브레이비크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그를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르웨이 교도소의 수감 제1원칙은 '자유의 제한.' 따라서 행동에서 제한이 따르는 것 외에는, 모든 생활이 담장 밖과 다를 바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인간적인' 수감환경을 놓고, 노르웨이의 두 교도소가 경합을 벌일 정도.
오슬로시의 남쪽 바스토에이 섬의 교도소엔 수감자들이 자유롭게 목가적 풍경에서 산책할 수 있고, 가축을 키울 수도 있다. 스키·요리·테니스·카드 놀이가 가능하다. 수감자만의 해변도 있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페리도 운행한다. 수감자는 115명. 이 곳의 교도소장은 "교도소 안에서의 일상 생활은 가능한 한, 일반적인 생활과 달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도소인 할덴 교도소는 외국의 교도행정 관계자들이 입을 딱 열게 만든다고. 미국의 은퇴한 교도행정 간부는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교도소”라고 BBC 방송에 말했다.
부엌에는 철로 된 나이프·포크·스푼 등이 있고, 기타와 키보드, 드럼, 믹싱 데크까지 갖춘 뮤직 스튜디오도 있다. 외국 방문객은 "교도소 문 열쇠만 빼고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며 놀란다.
물론 유리창마다 쇠막대가 끼어있고, 수감자들의 단체생활을 제외한 시간에는 자신의 독방에 감금된다.
노르웨이에서 수감자는 처음에는 매우 고(高)강도의 감시·보안이 이뤄지는 교도소 생활을 하다가, 판단에 따라서 저(低)강도 감시의 수감환경으로 옮겨진다. 마지막 수형 기간엔 사실상 바깥의 일상생활과 다를 바 없는 반(半)주택 환경에서 살게 된다고. 이 마지막 단계에선, 수감자들은 감금에서 종종 풀려나 집을 다녀올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사회로의 원만한 복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노르웨이에서 범죄자의 형량은 평균적으로 8개월을 넘지 않는다. 모든 징역형의 근90%는 1년 미만이다.
브레이크비크처럼 "예방적 감금" 차원에서 법정 최고형인 21년이 선고된 사람은 94명에 불과하다.
사실 노르웨이의 이런 '인간적인' 수감환경은 국내에서도 "너무 약하다"는 비판에 몰린다. 그러나 이 교도행정이 '성공적'이라는 지수는 많다. 우선 노르웨이의 5년내 재범률은 20%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영국은 45%, 미국은 76%에 달한다.
이런 노르웨이 교도소의 최근 고민은 점차 외국인 범죄자 수감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현재 전체 수감자의 35%가 폴란드·리투아니아·루마니아 등 외국인이다.
노르웨이 국적 수감자들이 공부와 외부와의 연락, 형량을 마친 뒤의 직업 찾기에 시간을 쏟는 반면에, 외국인 수감자들은 이런 교도행정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브레이비크는 15일 개시된 심리 참여를 위해 약 4년 만에 공개 법정에 다시 서면서 나치 식 경례를 해, 여러 생존자와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