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과 홍대 앞은 서울의 두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밀집 지역입니다. 명동을 관통하는 유네스코길과 명동거리를 따라 'ㄱ'자 모양으로 200여 개 노점상이 있는데, 이 중 절반인 100개 노점에서 길거리음식을 팔지요. 길거리음식이라고 해서 떡볶이나 김밥, 순대만 생각했다 명동에 가보면 깜짝 놀랍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불고기, 잡채 등 한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는 물론이고 프랑스에서 온 크레페에서부터 대만의 닭날개볶음밥, 심지어는 LA갈비와 스테이크까지 맛볼 수 있지요.
홍대 앞은 명동보다는 길거리음식을 파는 가게 숫자가 적고 특정 거리에 몰려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티라미수 케이크부터 터키식 감자 요리, 멕시코 타코·부리토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길거리음식을 파는 식당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습니다.
명동과 홍대 앞 길거리음식을 취재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명동과 홍대 앞은 각각 거대한 푸드코트 내지는 뷔페 식당 같다고요. 그래서 이번 주 주말매거진에서는 이 거대한 식당에서 어떻게 맛있는 음식만을 쏙쏙 골라 먹을 수 있는지 비결을 알려드립니다. 명동과 홍대 앞의 길거리음식을 모두 맛본 뒤, 그중에서도 맛난 곳들만 골라냈습니다. 그런 다음 종류에 따라서 애피타이저(전채), 메인(주요리), 디저트(후식)로 메뉴판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다시 가장 맛있는 길거리음식을 가리고 가려서 '주말매거진 추천 코스메뉴'로 짜봤습니다. 이제 그럼 '명동 길거리 레스토랑'과 '홍대 앞 길거리 레스토랑'의 거대한 메뉴판을 펼쳐볼까요.
명동 길거리 레스토랑
계란빵이 진화했다. 아몬드, 해바라기씨, 땅콩 등 잘게 으깬 견과류를 더해 바삭하게 씹는 맛과 고소함을 강화했다. 가게에 따라 견과류를 소복하게 부풀어오른 달걀 위에 올리거나 달달하고 폭신한 빵 반죽 안에 넣고 굽는 두 버전이 있지만 맛은 비슷하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자주 나오는 메뉴가 길거리로 나왔다. 감자를 실처럼 가늘고 길게 썰어서 새우에 돌돌 감아서 튀겨낸다. 소금이나 케첩, 마요네즈, 데리야키소스 등을 찍어 먹어도 된다. 치즈스틱(5000원), 감자튀김에 치즈를 듬뿍 끼얹은 오지치즈프라이(Aussie Cheese Fries·5000원), 꽃게 집게발 튀김(5000원), 감자볼(3000원)도 있다.
투명한 플라스틱 진열대 안에 놓인 족발이 신기했는지 서양 관광객들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이쑤시개로 찍어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자른 족발에 청양고추를 넣어 만든다는 매운 소스를 뿌려 센불에 볶아 종이컵에 담아준다. 매운 정도에 따라 '순한맛'에서 '마니 매운맛'까지 4단계가 있다.
대만 스펀(十分)을 찾는 여행자들이면 반드시 먹는다는 인기 길거리음식이 명동으로 날아왔다. 흔한 닭날개 바비큐처럼 보이지만, 속에 볶음밥이 들어 있다. 닭뼈를 빼낸 자리에 볶음밥을 채워넣고 양념을 발라 굽는다. 불고기·김치·카레맛이 있다.
종잇장처럼 얇은 삼겹살로 숙주·양파·당근·김치를 말아서 철판에 미리 구워 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소스를 바르고 토치로 다시 익혀 준다. 삼겹살이 너무 얇다는 점, 토치로 지질 때 소스가 타서 쓴맛이 좀 난다는 점은 아쉽다. 보통맛과 매운맛이 있다. 치즈 추가 1000원.
중식당에서 맛볼 수 있던 꽃게튀김의 저렴한 길거리 버전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껍데기째 튀긴다. 칠리, 간장, 마늘소스를 원하는 대로 골라서 뿌려 먹는다. 게껍데기가 얇고 바삭하게 튀겨서 껍질째 씹어 먹을 수 있다. 꽃게튀김 6~7조각을 컵 하나에 담아 판다.
클로버 모양으로 자른 식빵 사이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고 기름에 튀긴다. 겉은 뜨겁고 바삭하고 속은 차갑고 달콤하다. 사람들이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인데 아직 한 곳에서만 파는 걸 보면 새롭게 등장한 길거리음식인 것 같다.
크루아상은 얇고 바삭한 여러 겹의 반죽으로 된 프랑스 빵인데, 이 빵반죽에 팥소를 넣고 붕어빵틀에 구워낸 것이 크루아상 붕어빵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국내에 소개돼 선풍적 인기를 끌더니 어느새 명동 거리에 나와 있었다. 팥, 고구마, 스위트치즈 3가지가 있다.
프랑스어로 얇은 팬케이크를 뜻하는 크레이프(crepe)가 한국에선 흔히 '크레페'로 통용된다. 뜨거운 철판에 묽은 반죽을 펴서 얇은 전병처럼 만들고 그 위에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어 '악마의 잼'이라고도 불리는 누텔라(Nutella)를 듬뿍 바르고 잘게 자른 바나나와 바삭한 시리얼을 올려 돌돌 말아준다. 쇼핑을 너무 열심히 해 저(低)혈당이 왔을 때 강력 추천한다.
떡·잡채 등 메인 요리 많아… 노점 위치는 날마다 달라요
명동 노점상들은 대개 평일에는 오후 5시, 주말에는 오후 2시 이후 영업한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으니 음식을 사먹으려면 반드시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명동 노점들은 롯데백화점 맞은편 명동 입구에서부터 유네스코길을 따라 이어지다가 명동 예술극장이 있는 명동 중심에서 90도로 꺾어져 명동거리를 따라 4호선 명동역까지 늘어서 있다. 200개 노점 중 절반 정도가 길거리 음식을 판다.
노점들은 날마다 위치가 바뀐다.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은 같은 종류를 파는 노점이 여러 곳이다.
명동 길거리 음식은 한식 그중에서도 떡갈비·잡채·족발·파전·잡채·삼겹살 말이 등 간단히 한 끼 때울 만한 '메인'에 해당하는 종류가 많다는 점이 홍대 앞과는 차이가 난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이 명동 길거리 음식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2011~2012년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여성용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은 매출이 급감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먹을거리 노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한식을 쉽고 저렴하게 맛보고 싶어한다는 점을 노려 음식점에서나 팔던 메뉴가 길거리 음식으로 속속 등장했다. 이제는 100여 개 길거리 음식 판매 노점 대부분이 이러한 음식을 판매한다.
홍대앞 길거리 레스토랑
'태양을 담은 고로케'의 대표 메뉴인 '담백케'는 감자·양파·돼지고기가 들어간 고로케다. 기호에 맞춰 새콤달콤한 소스와 매콤한 소스를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
매운맛의 '부리나케'와 고다·체다·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간 '어또케'도 이 집의 별미다.
길거리 음식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몬스터 치즈 떡볶이'의 대표 메뉴 치즈 떡볶이는 떡볶이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가득 뿌린다. 치즈가 매운 맛을 잡아 준다. '몬스터 어묵'은 2500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어묵 함량 90%를 자랑한다.
꽃게를 넣고 끓인 어묵 육수는 매콤하다. 속을 뻥 뚫리게 해준다. 부산에서 유명한 물떡도 있다. 정종과 와인도 판다.
'스테이위드쿰피르'의 '쿰피르'는 통감자를 으깬 매쉬드 포테이토 위에 치즈, 올리브, 옥수수 등의 토핑을 올려 먹는 터키식 웰빙감자요리다. 모짜렐라, 고르곤 졸라와 문스터 치즈에 스테이크, 치킨, 베이컨 등을 감자 위에 올린다. 치즈의 짭조름한 맛과 심심한 감자 맛이 잘 어우러진다. 기호에 따라 빵에 싸먹을 수도 있다. 감자 대신 고구마(1000원 추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매콤달콤한 닭강정에 체다 치즈를 듬뿍 올려준다. 진한 체다 치즈맛이 닭강정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준다. 불량 식품 같은 맛이랄까. 하지만 먹다 보면 자꾸만 손이 간다. 중간 중간 떡이 숨어 있다. 매콤한 칠리소스 외에도 마늘간장, 바비큐 맛과 와사비(고추냉이) 소스가 있다. 치즈를 빼고 먹을 수도 있다.
벨기에 스타일의 와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다. 크림치즈·딸기잼 등을 추가하면 와플의 네모난 칸 안에 가득 채워 준다. 1500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파르페 형식의 붕어빵이다. 팥 또는 슈크림을 붕어빵 몸통에 채워넣은 뒤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초콜릿에 적신 파인애플을 꽃아 마무리한다. 한 사람이 먹기엔 양이 많은 편.
길거리 구경을 하다가 달달한 게 먹고 싶다면 '미스터 츄로'로 가면 된다. 오리지널 츄러스, 초콜릿이 묻은 '초코 크런치'와 츄러스를 꽂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먹다 보면 달콤한 맛에 머리가 아파질 수 있다.
'쥬씨'에선 싼 가격에 생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다. 직접 산지에서 가져온 과일과 배즙, 설탕 등을 사용해 주스의 단맛을 만들어낸다. 가볍게 목을 축이기 좋다. 1L 용량은 2800원.
지도앱에 가게 이름 치면 쉽게 찾아… 오후 4시 넘어서 문 여는 곳 많아요
좌판을 차린 노점으로 이뤄진 명동과 달리 홍대 앞 길거리 음식은 작은 가게로 꾸려져 있다. 꼬치·닭강정·와플·츄러스 같은 길거리 음식을 파는 가게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 9번 출구에서 상상마당으로 가는 메인거리 옆 샛길, 홍익로3길에 늘어서 있다.
좁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길거리 가게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에 저절로 고개가 돌려진다. 가게가 문을 여는 시간은 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오후에 열기 때문에 오후 4시 넘어 느지막이 가야 한다. 신용카드를 안 받는 곳도 있으니 현금을 갖고 가는 게 좋다.
홍대 길거리 음식점은 한 곳에만 몰려 있지 않다.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티맵' '구글맵' 등에 가게 이름을 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멕시코·터키 등 외국 음식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야 살 수 있다. 주로 테이크 아웃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