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있는 상문고는 최근 교내 정보화실의 기기를 대거 바꿨다. LCD 모니터 80대와 전동식 컴퓨터 책상 40개 등을 구입해 지난 주말 새 단장을 마쳤다.

김창동 교장은 "학생들이 더 편리하게 학습할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정보화 기기를 새로 장만하는 데 쓴 5000만원은 계림장학재단이 지난해 말 기부한 15억원 중 일부이다. 계림장학재단은 서초구에 본사를 둔 국내 면도기업체 도루코가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서초구는 각 학교의 의견을 수렴해 이 돈을 구내 50개 초·중·고교의 낡은 컴퓨터 설비를 교체하고,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개인용 컴퓨터(PC) 750대, 스마트TV 160대, 빔프로젝터 130대 등의 구입비로 12억3000만원, 학교 시설 도색 및 운동장 스탠드 공사 비용에 2억7000만 원을 책정하고 학교별로 3000만~5000만원씩을 나눠줬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교육청에서 나오는 예산이 빠듯했는데, 계림장학재단이 선뜻 큰 금액을 기부해줘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계림장학재단은 2014년 말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서초구청에 처음 1억원을 기부했다. 작년 말에도 "꼭 좋은 일에 써달라"며 15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는데,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백학기 도루코 대표이사는 "장학재단이 그동안에도 자체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을 해왔다"며 "작년엔 운영 자금에 여유가 생겨 기부 액수를 대폭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비상장 기업인 도루코는 작년에 창립 60주년을 맞았으며, 미국·일본·중국·유럽·베트남·두바이 등 세계 130여 개국에 면도기를 수출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2014년 2600여억원에서 작년 3000억원대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