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5주년을 맞아 '기적의 마을'이라 불리는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大船渡)시에 있는 요시하마(吉浜) 마을 얘기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지진 당시 9~17m 높이의 지진 해일(쓰나미)이 이 지역을 덮쳐 인구 4만명이 채 안 되는 오후나토시에서 417명이 죽고 79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요시하마 마을에서는 주민 1400여 명 중 단 한 명만 숨지고 나머지는 무사히 대피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도쿄에서 태평양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230㎞ 달리면 후쿠시마 제1원전이 나오고, 거기서 300㎞ 북쪽으로 더 달리면 요시하마 마을이 나온다. 전복으로 유명한 조용한 어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가 어째서 이 마을만 피해가 적었는지 묻자, 올해 100세가 된 가시와자키 나카(柏崎ナカ)씨가 간단히 대답했다. "할아버지 덕분이지." 80여 년 전 가시와자키 할아버지의 조부인 가시와자키 우시타로(柏崎丑太郞)씨가 고집을 부려 마을 전체를 고지대로 이전한 덕분에 후손들이 목숨을 건졌다는 의미다.
이 마을은 태평양에 면해 있다. 평소엔 바다 덕분에 전복도 키우고 고기도 잡지만, 대지진이 일어나면 바다 때문에 죽는다. 대지진의 여파로 대양(大洋)의 물이 일어나 해안을 강타하기 때문이다. 1896년 메이지산리쿠(明治三陸) 대지진 때 24.4m 높이 쓰나미가 마을을 덮쳐 200여 명이 죽었다. 주민의 20%였다. 1933년 쇼와산리쿠(昭和三陸) 대지진 때는 9.0m 높이 쓰나미에 휩쓸려 17명이 숨졌다. 두 지진 이름에 붙은 '산리쿠(三陸)'라는 말은 일본 도호쿠 지방의 옛 지명이다.
불과 한 세대 만에 거대한 쓰나미에 두 번이나 당하자, 1933년 이 마을 촌장이던 우시타로씨가 마을 이전을 밀어붙였다. 고기 잡아서 먹고사는 주민들이 "바다까지 너무 멀다" "무리한 이전"이라고 불평해도 굽히지 않았다. 마을 어귀에 비석을 세우고 '이보다 낮은 곳에는 집을 짓지 말라'고 새겼다.
그로부터 78년이 흐른 2011년 3월 11일, 17m 쓰나미가 이 마을을 덮쳐 해안에서 내륙으로 1㎞ 되는 지점까지 할퀴고 갔다. 주위 다른 마을은 건물이 수십 채씩 부서졌지만, 이 마을은 집 두 채 부서진 게 전부였다. "아무리 방파제를 높이 쌓아도 자연은 못 이긴다. 대대로 그렇게 배웠다"는 이 마을 사람들의 말이 1억2000만 일본인에게 큰 울림을 줬다.
향토사가들은 "1896·1933년 대지진 이후 고지대로 이전했던 마을은 요시하마 말고도 여럿 있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세월이 흐르자 재해를 잊고 원래 살던 저지대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그런 마을들은 동일본 대지진 때 또다시 큰 피해를 봤다. 요시하마 마을은 그런 피해를 면했다.
지금도 일본은 발밑이 불안정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도호쿠 지방에서는 진도 1 이상 지진이 최근 1년 동안 600여 차례 났다. 대지진 직후 첫 1년 동안(8112차례)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지진 이전 10년간 평균치(연간 300차례)의 두 배를 웃돈다.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는 앞으로 30년 안에 도쿄 인근에서 직하형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