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화성에서 온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인류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해줄 우리의 도구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평생 인공지능을 연구해 온 미국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68·사진)은 날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히려 인공지능 덕분에 인류의 역량은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에디슨 이후 최고의 발명가'로 통하는 커즈와일은 평판 스캐너, 디지털 신시사이저 등을 발명하고 특허를 39개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구글에서 인공 두뇌 개발을 이끌고 있다.
커즈와일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둔 9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고 알파고의 승리를 축하했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빠른 계산에 능하기만 했던 인공지능이 이제 매우 복잡한 '패턴(형태·무늬)'을 이해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바둑은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패턴을 이해해야 하는 게임인데, 인공지능이 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체스에서 인간을 처음 이긴 후 바둑에서 이길 때까지 20년도 안 걸렸다"며 "인공지능은 패턴 이해력을 더욱 높여 자동차 운전, 언어 이해, 그림 그리기 등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영역까지 깊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은 화성에서 우릴 침공해온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만든 피조물"이라며 "앞으로 인류와 공생하며 도구로서 우리의 신체적·지적 한계를 넓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거대한 기중기부터 스마트폰까지 그동안 인류가 사용해 온 모든 도구가 제각각 특정한 형태의 인공지능이다. 과거에는 주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쓰였지만 이제 새로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한계를 넘는 데 쓰일 전망이다. 예를 들어 모든 언어를 정확하게 번역해주는 인공지능 번역기가 발명돼 유사 이래 인류가 가장 긴밀히 소통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알파고의 승리에 대해 "가까운 미래 2개의 중요한 시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2029년과 2045년이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기하급수적 발전을 거듭해 불과 13년 후엔 인간과 똑같은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된다. 커즈와일은 "2029년엔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감정까지 느끼는 존재가 탄생해 인류와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시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의 결합으로 인류의 육체적·지적 능력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 즉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했다. 커즈와일은 특이점 이후엔 지금 인류와 다른 '포스트 휴먼'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커즈와일은 "딥블루(체스), 왓슨(퀴즈), 알파고(바둑)의 잇단 승리는 현재 우리가 특이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