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LG 시절 이후 5년만의 호흡
심수창, "오랜만에 하니 어색" 미소

[OSEN=이상학 기자]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잘 안 맞아 폭투가 나왔다. 두 사람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 관중들은 갑자기 박수를 쳤다. 5년 만에 한 팀에서 배터리를 이룬 한화 투수 심수창(35), 포수 조인성(41)에게 보내는 격려의 박수였다.

심수창과 조인성이 LG 시절 이후 5년 만에 한화에서 함께 배터리를 이뤘다. 지난 9일 대전 넥센전 시범경기 풍경. 한화로 이적한 뒤 처음 공식경기에 마운드에 오른 심수창의 공을 조인성이 받았다. 심수창은 9회 장시윤 타석에서 폭투를 범하는 등 3개의 안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세이브를 올렸다. 경기를 승리로 마친 뒤 두 사람은 활짝 핀 얼굴로 주먹을 맞대고 서로의 몸을 두드리며 승리를 만끽했다.

심수창과 조인성이 마지막으로 배터리를 이룬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7월21일 목동 넥센전. 심수창이 L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치른 경기였다. 그로부터 4년7개월16일, 일수로는 1693일 만에 두 사람은 LG가 아니라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호흡을 맞춘 것이다.

경기 후 심수창은 "폭투를 했는데 관중들이 박수를 쳐주시더라. 인성이형과 둘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며 웃은 뒤 "인성이형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어색한 것도 조금 있었지만 이제 맞춰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조인성도 흐뭇한 미소로 인터뷰하는 심수창 곁을 지나가며 남다른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잘 알려진 대로 두 사람 사이에는 인연 아닌 인연이 있다. 지난 2009년 8월6일 잠실 LG-KIA전에서 마운드 위 말다툼으로 도마에 올랐다. 둘 모두 젊은 나이에 경기에 몰입하다 벌어진 일. 그로 인해 두 선수 사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비쳐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다 지난 일이다.

말다툼 이후에도 2010~2011년 LG에서 배터리 호흡을 이어갔고, 각자 다른 팀에서 뛸 때도 친분을 유지했다. 지난해 겨울 심수창이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한 뒤 가장 먼저 전화 건 선수도 조인성이었다. 조인성은 "수창이와 관계는 전혀 문제없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수창이와 내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더 이상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결과로 보여줄 것이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이날 한화 이적 후 처음 시범경기에 등판한 심수창은 "오키나와에서 감기에 걸린 후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100% 컨디션이 아니었고, 마음에 드는 투구가 아니었다. 악 소리를 내며 던졌는데도 140km가 안 나왔다. 50점도 안 되는 투구였다"며 "오키나와 추가훈련으로 공을 많이 던지며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팜볼도 연습하고 있다"는 말로 시즌 개막을 정조준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