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욥바 항구 한 카페의 유리겔러


"열심히 하는게 초능력보다 낫습니다. 저를 따라 하려고 하지 마세요."

숟가락을 손가락으로 쓱쓱 문질러 구부리거나 상대방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이미지를 종이에 똑같이 그려내는 묘기를 선보여 '불가사의한 초능력자'로 알려진 유리 겔러(70)가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욥바 항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작년 가을 20여년간 살던 영국에서 고향인 텔아비브로 돌아온 그는 초능력 공연 대신 인터넷에 '긍정적 사고'에 대한 글을 쓰고 거리에선 즉석 강연을 통해 '열심히 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겔러는 "손대지 않고 고장난 시계 고치기 같은 나의 초능력 공연이 일부 사람들에겐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는 사고 방식을 심어준 것 같았다"며 "나부터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신문을 읽으며 일상적인 삶을 가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도 한국을 포함해 각국 사람들로부터 '초능력을 보여 달다' '나 좀 도와달라' 등의 이메일을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초능력은 잊으세요. 대신 어떻게 더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갈까에 집중하세요.'"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숟가락을 구부러뜨리는 능력이 '쇼'였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흑백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3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초능력을 이용해 북한 땅굴을 찾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한국 군인들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리 겔러가 땅굴 의심지역의 현장 조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방문 당시 북한 땅굴을 찾기 위해 현장 조사하는 유리겔러.


"1984년 한국군 고위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북한이 판 땅굴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느냐'며 탐색을 의뢰해 한국에 갔습니다. 미군 조종사가 모는 헬기를 타고 지방으로 이동했고, 현장 조사를 한 며칠 뒤 지도에 세 지점을 표시해줬습니다. 몇 년 뒤 그 세 지점 중 한 곳에서 땅굴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 1990년 강원도에서 제4 땅굴을 찾아낸 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은 2014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의 남침 땅굴을 찾기 위해 유리 겔러를 한국에 데려온 적이 있다"고 말했었다.

유리 겔러는 올해 말 텔아비브 욥바 항구에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박물관을 열 계획이다. "BBC와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지난해 제가 미국 CIA(중앙정보부)와 이스라엘 모사드(대외첩보부) 스파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으면 욥바 항구에 들어서는 제 박물관을 꼭 찾아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