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9년 4월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Bach·1685~1750)는 3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마태수난곡'을 야심 차게 선보였다. 하지만 악보만 164쪽에 달하는 이 대곡은 단 세 차례만 연주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꼭 100년이 흐른 1829년 3월 11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 멘델스존이 이 곡을 다시 지휘·연주하면서 '마태수난곡'은 불멸의 걸작으로 부활했다.

신에게 자비와 평화를 탄원

오는 27일 부활절을 앞두고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이 '마태수난곡' 전곡을 연주한다. 성 토마스 교회는 바흐가 1723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간 칸토르(Kantor·합창대장)로 봉직하며 '마태수난곡' 등 오라토리오와 칸타타를 작곡·연주한 바흐 음악의 성지. '마태수난곡'은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부터 십자가 수난(受難)까지를 마태복음 26·27장에 기초해 묘사한 극음악이다. 첫 곡 '오라 딸들아, 나를 슬픔에서 구하라'부터 끝 곡 '우리는 눈물에 젖어 무릎 꿇고'까지 3시간짜리 대작을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2004년 첫 내한 이래 2008년, 2012년에 이어 네 번째 '마태수난곡' 내한 연주다. 앞서 연주들과 달리 이번에는 올해 제17대 칸토르로 새롭게 부임한 고톨트 슈바르츠(Schwarz·64)가 지휘를 맡는다.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성 토마스 합창단. 바흐는 1723년부터 27년간 이 합창단을 이끌면서 ‘마태수난곡’을 작곡했다.

예배의식처럼 편안한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합창으로 나뉘고, 합창은 다시 둘로 나뉜다. 제1합창이 '딸들아…' 노래하면 제2합창이 '누구를?' 하고 되받는 식이다. 예수를 팔아넘기려는 배반자 유다, 예수와 그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스러운 기도가 흘러나오는 1부는 고요하고 엄숙하다.

음악으로 재현하는 예수의 고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유대인 군중의 합창을 11~19세 소년 70여명이 부르는 2부에서는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새벽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의 슬픔, 빌라도 앞에 선 예수의 침묵과 잔인해서 더 슬픈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는 바이올린과 합창, 서정적인 아리아에 실려 폐부를 찌른다. 그만큼 다채로운 감정과 사건이 소용돌이쳐서 멘델스존은 2년 가까이 연습한 끝에 '마태수난곡'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8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성 토마스 합창단은 ‘성스러운 음악’, 특히 바흐 작품을 온전히 연주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복음사가 역은 중간 음역에서 유창하게, 예수 역은 낮은 음역에서 점잖게, 유대인·예수의 제자·군인·빌라도 총독·백성 등 기타 배역들은 높은 음역에서 낭송된다. 그래서 합창단 말고도 시빌라 루벤스(소프라노), 마리―클로드 샤퓌(메조 소프라노), 벤저민 브룬스·마르틴 페촐트(테너), 플로리안 봐슈·클라우스 헤거(바리톤) 등 솔리스트 성악가들이 함께 오른다. 이번에는 브룬스가 맑은 고음의 복음사가 역을, 헤거가 예수 역을 맡는다.

2004년 3월 세종문화회관 첫 내한 공연 당시 16대 칸토르인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가 지휘한 '마태수난곡'이 3시간에 걸친 연주를 끝낸 순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원들은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브라보!"가 울려 퍼진 탓이다. 예수의 수난을 다룬 이 곡 연주 때는 '브라보'를 외치지 않는 게 예의다.

바흐 '마태수난곡' 전곡=15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