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배우 기태영이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화제다. 적극적으로 육아에 임하는 자세만으로도 '기줌마'라 불리며 엄마들의 환호성을 자아낸다. '육아하는 아빠'는 현실에서도 늘고 있다. '아빠를 위한 육아템(육아 아이템)'도 인기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배우 기태영이 아기띠로 딸을 안고 유모차를 끌며 베이비페어에 간 장면. 오른쪽은 아빠들이 선호하는 유아 전동차 BMW i8.

지난 주말 인천 송도에서 열린 베이비페어 행사장. 각종 육아용품을 모아놓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곳에 의외로 남자들이 많이 보였다. 아내와 함께 온 남편은 기본이고, 친구끼리 온 젊은 남성들도 꽤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이가전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남자 입장객 비율이 45% 가까이 됐다"며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 참여하면서 육아용품 시장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고 했다.

'아빠 파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육아용품은 아기 띠. 몇 해 전만 해도 아기를 업거나 안는 건 주로 엄마의 몫이었다. 여성 체형에 맞춘 디자인과 여성이 선호하는 파스텔 톤 색상, 꽃무늬가 주를 이뤘지만 이젠 달라졌다. 회색·남색 등 튀지 않는 색에, 민무늬나 체크 등 남자들이 써도 부담스럽지 않은 무늬가 인기다.

아웃도어 소재를 겉감에 써서 아빠들도 더러운 것을 닦아내거나 관리하기가 쉽도록 한 아기 띠도 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빠들을 타깃으로 삼은 국내 브랜드 포그내의 '힙시트(아이가 걸터앉을 수 있는 아기 띠) 넘버 5'다. 작년 7월 출시 이후 회사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포장 상자는 선글라스를 낀 근육질의 흑인 남성이 아기를 안은 사진으로 꾸몄다.

아빠들이 한 팔로 아기 안는 것을 도와주는 ‘파파 캐리어 핸드시트’.

배 나와 아기 띠가 답답한 아빠들을 위한 아이디어 제품도 있다. '파파 캐리어 핸드시트'는 아빠들이 한쪽 팔로 아이를 안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깁스 모양으로 키 175~180㎝, 가슴둘레 100~105㎝의 남성 체형에 맞도록 디자인했다. 스토케 '마이 캐리어'도 아빠한테 더 잘 어울린다고 해서 일명 '아빠 아기 띠'로 불린다. 기저귀 가방을 마치 노트북 가방처럼 디자인한 모이몰른 '대디백'도 아빠를 위한 아이템이다.

아빠를 겨냥한 바퀴 달린 육아용품도 많이 나왔다. 아이 두 명과 짐을 한꺼번에 실어 끌고 다닐 수 있는 수레 형태의 왜건은 아빠들이 특히 좋아한다. 유아용 왜건 업체 이바겐의 박희진씨는 "아이와 짐을 운반하는 역할을 주로 아빠들이 맡는 데다, 아빠들이 왜건을 일종의 자동차처럼 생각해 흥미를 보인다"고 했다.

외제차 축소판처럼 만든 유아전동차 역시 아빠들이 선호하는 제품. 유아전동차 를 개발하는 '파파야구' 서민찬 매니저는 "유아전동차에 실제 자동차처럼 튜닝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아빠들이 많다"고 했다. 자전거에 아이 유모차를 연결해 달릴 수 있는 트리오바이크, 엄마보다 키가 큰 아빠들을 위해 바퀴 지름을 늘리고 아이가 앉는 시트 높이도 올린 유모차 '미니버기 XL'도 '육아 아빠'를 겨냥한 용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