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당대 최고의 스타는 심은하였다. 의 다슬이 역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보호해주고 싶은 단아한 외모지만 어딘가 강단 있는 느낌을 갖춰 특유의 매력으로 인기를 구가했다. 잡티 한 점 없는 하얀 피부와 날씬한 몸매 탓에 그 어떤 스타일도 잘 어울렸다. 와 <8월의 크리스마스> 속의 청순한 스타일도, 의 발랄한 스타일도,

과 의 섹시한 스타일도 모두 소화해냈다. 키스를 부르는 누드 립, 사이버틱한 펄보라 립, “당신 다 부숴버릴 거야”라며 울부짖던 빨간 입술까지 거뜬히 소화하는 그녀였고, 헤어 역시 단발, 곱슬머리, 긴 스트레이트, 무엇 하나 안 어울리는 게 없었다. 사실 배우 시절 심은하가 한 스타일은 대중들이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은퇴 후 그녀가 입은 옷들은 초고가 명품 스타일이라 다소 현실과 요원한 경향이 있다. 동양화 전시회를 할 때 입어서 화제가 된 샤넬 트위드 투피스, 정치인 남편과 투표장에 함께 등장할 때 들고 신었던 에메랄드 컬러 에르메스 버킨백과 샤넬 펌프스는 심은하의 출연 자체보다 더 큰 이슈가 되었다.

영화 한 편으로 가장 핫한 스타로 자리매김한 수지는 한동안 없던 청순녀의 계보를 잇는 스타다. 백옥처럼 하얀 피부와 관대해 보이는 밝은 미소가 천편일률적인 섹시 열풍에 지쳐 있던 남자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준 것. 수지의 스타일은 심은하처럼 다양하지 않다. 첫사랑의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그 환상을 깨는 파격적인 모습을 잘 시도하지 않고, 첫사랑의 사랑스러운 느낌을 유지하는 쪽으로 스타일링하고 있다. 전지현처럼 긴 생머리도 계속 고수하는 중이다. 다만 가수 활동을 통해 뱅이나 포니테일 등의 헤어스타일로 무대 위 변화를 즐긴다. 전지현이 하고 있던 디디에 두보의 뮤즈 자리를 새롭게 차지한 그녀는 자신의 선배, 전지현이 그러했던 것처럼 연령에 상관없이 독보적인 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물론 스타성에 걸맞은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수지의 바통을 이어받은 청순녀는 설현이다. 수지가 첫사랑 이미지로 떴다면 그녀는 SK텔레콤의 입간판 하나로 떴다. 심은하와 수지에게 없는 그녀만의 장점은 쭉쭉 뻗은 예쁜 몸매다. 그래서 몸매를 강조하는 스타일링을 주로 한다. 그러면서도 수지의 대항마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사랑스러운 이미지도 스타일에 가미하는 편이다. 본인 스스로도 밝히는 콤플렉스는 바로 까무잡잡한 피부. 청순하게 생긴 얼굴과 까무잡잡한 피부가 다소 언밸런스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마저도 설현 광팬들이 보기에는 섹시해 보이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요즘 혜리와 함께 가장 핫하다는 수지와 설현의 공통점은 조각처럼 화려하게 예쁘진 않지만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예쁘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런 스타일이 주변에 흔치 않은데도, 무언가 남자들에게 친근해 보이고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주는 것!

심은하, 수지, 설현을 잇는 다음 청순녀는 누가 될까? 착해 보이는 미소 하나로 남심을 정복하는 청순녀들의 인기 행진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계속될 것이다. 그녀들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마음이 도통 이해가 안 된다면, 소년과 남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눈아(누나)’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착한 사슴남’ 박보검의 인기를 떠올려보라. 자, 이제 이해가 되는가! 그렇다면 이들 같은 청순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얼굴 피부는 투명하면 투명할수록 좋다. 이영애나 설리만큼 백지장 피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깨끗해 보이도록 가꿔야 한다. 평소 화이트닝 케어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반면 몸은 근육이 있어 탄력 있고 건강해 보이는 것이 좋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다 청순녀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런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매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넘치게 될 것이다.

[- 더 많은 기사는 여성조선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