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프랑스 TV에는 '오빠'라는 한글이 선명히 새겨진 옷을 입고 광고에 출연한 배우가 화제가 됐다. 프랑스 전력공사 EDF 광고모델인 배우 아피드. 다른 광고에서도 '아줌마가 좋아요' '아직 한잔 남았다' 같은 문장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현지 교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피드는 한류 열성팬. 한국 영화를 즐기다 한국어에 빠져들었고 파리 세종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웠다. 한글 티셔츠는 "주문 제작해 입는다"고 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글 티셔츠도 인기다. '반8' 등 인터넷 디자인업체들이 '새마을' '손만 잡을게' 같은 엉뚱한 글자를 새겨넣은 티셔츠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다가 한국으로 관광 온 해외 여행객들로 확대됐다. 인사동, 동대문시장을 비롯해 인천공항 면세점, 중국 시장에서 붐을 이루기 시작한 한글 티셔츠는 기성 디자이너들까지 가세하면서 고급화하는 중이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이 분야 선두주자다.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패션쇼에서 첫선을 보인 한글 의상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상봉은 "'모던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죠. 한국에 독자적인 문자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안 프랑스인들도 많았다"고 했다. 브랜드 '카이(KYE)'를 런칭하고 런던과 뉴욕패션위크에 진출한 디자이너 계한희도 최근 한글 의상을 발표했다〈사진〉. 계씨는 "한글이 워낙 예쁜 글씨라 가독성을 살려 위트를 줬다"면서, "외국인들은 그 뜻과는 상관없이 한글이란 문자가 주는 디자인적 아름다움 때문에 한글 옷을 좋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