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속에 '기업들이 대졸자 채용을 기피한다'는 이유로 대학 졸업을 유예하는 이른바 'NG(no graduation)족'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NG족 수는 2011년 8200여명에서 2014년 2만5000여명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로 늘었다. 교육부의 '2014년 전국 4년제 대학 9학기 이상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정규 학기(8학기)를 넘어 대학에 다니는 학생 수만 약 12만여명이다. 이 중 상당수는 학점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하거나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하는 '사실상의 졸업 유예생'으로 볼 수도 있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말한다.

◇성균관대, 졸업까지 6.3년 걸려

졸업을 유예하는 첫째 이유는 극심한 취업난이다. 2012년 7.5%였던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9.5%까지 올랐다. 취업 경쟁을 뚫으려 학생들이 졸업 유예를 통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달 열린 서울의 한 대학교 졸업식장에 나붙은 현수막. 취업 중압감에 짓눌린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이 묻어있다.

졸업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일자리 콘텐츠 기업 '잡스엔'이 지난 25일 공개한 '13개 주요 대학별 졸업 소요 기간'(군휴학·휴학 기간 포함)에 따르면 성균관대가 평균 6.3년으로 가장 길었다. 서강대(6.2년) 서울시립대(6.1년) 서울대(5.93년) 고려대(5.95년)도 졸업까지 6년 안팎으로 소요됐다. 주요 대학 중 연세대(5.3년)가 가장 짧았다.

취업을 위해 휴학을 택하는 대학생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자 292만3000명 중 휴학 경험자는 117만9000명이었고, 이 중 34.4%(40만5000명)가 취업과 관련해 휴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졸자 기피? 사실무근!"

'기업이 대졸자 채용을 기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졸업 유예생을 늘리는 주요 원인이다. '청년이 여는 미래'가 최근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6.5%가 "기업이 채용 때 대졸자보다 졸업 유예생이나 재학생을 더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 인사 담당자는 "졸업자 기피는 사실무근이고, 졸업 후에도 꾸준히 취업 준비와 자기 계발을 했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실제 졸업 유예자와 일반 졸업자 간 고용률도 큰 차이가 없었다. 양정승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이 2007~2011년에 대학을 졸업한 5만4357명을 조사한 결과, 졸업 유예자의 고용률(76.3%)은 일반 졸업자(75.7%)와 거의 같았고, 선망하는 직장에 취업한 비율도 졸업 유예자(31.3%)와 일반 졸업자(25.4%)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이 251개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8.6%가 "졸업 여부는 채용과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졸업자를 더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30.7%)이 "졸업 예정자를 더 선호한다"는 답변(10.7%)의 3배에 가까웠다.

◇명문대일수록 졸업 유예율 높아

실업률이 높아지고 상위권 대학에 다닐수록 졸업 유예를 택하는 비율은 높아진다. 양정승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노동시장 상황과 대학생의 졸업 유예 결정'에 따르면, 실업률이 0.1%p 증가하면 졸업 대상자 중 유예를 택하는 비율은 1.4%p 올랐다. 특히 서울대 등 상위권 10개 대학 학생들은 실업률이 1%p 오르면 졸업을 유예하는 비율은 45%p 늘었다. 이는 대학 수준이 높고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취업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을 회피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개인 차원에서는 졸업 유예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것이지만, 결국엔 국가적 손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유예생이 부담할 경제적 비용도 상당하다. 2014년 9학기 이상 재학한 대학생 12만여명이 학교에 낸 등록금만 총 500억~600억원으로 추산된다. 79개 대학은 졸업 유예생도 매 학기 40만~70만원의 학비를 내고 유예 기간 중 1학점 이상을 의무 수강하도록 한다. 대학이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걷은 돈만 총 56억원이다.

졸업 유예생 홍모(24·중앙대)씨는 "공인 노무사와 취업 준비에 학원비와 독서실비, 생활비만 월 160만원이 넘게 든다"면서 "점심은 대개 고구마로 때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