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모씨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라는 변호사였다. 착수금 1100만원 주고, 무죄가 나면 성공 보수로 2200만원을 더 주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본 변호사는 김씨의 죄명(罪名)이 뭔지도 헷갈려했다.

남편과 이혼하려던 이모씨가 만난 여자 변호사는 '최근 3년간 이혼 사건 수임 전국 1위' 변호사였다. 변호사가 내민 명함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는 황당한 실수를 했다고 한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씨의 '약점'을 남편 쪽 변호사에게 고스란히 노출시켜 꼬투리를 잡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은 숨기고 상대방의 허점을 공략하는 것은 이혼소송의 'ABC'에 속한다. 이처럼 있지도 않은 경력을 지어내거나 부풀린 허위·과장 변호사 광고가 판치고 있다.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조윤리협의회가 이 같은 변호사들의 허위·과장 광고를 적발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한 건수는 2014년 2건에서 지난해 56건으로 28배가 됐다. 한 법무법인(로펌)은 지난해 '5000여건의 회생 절차 개시 경험을 바탕으로 100% 성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했다가 변협(辯協)으로부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았다. 서초동에서 개인 개업한 변호사는 별다른 경력이 없으면서도 '개인회생 파산 전문 변호사'라고 광고했다가 과태료 500만원을 받았다.

변호사법에는 허위나 과장 광고, 남과 비교하는 광고, '부당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광고가 금지돼 있다.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 승소 보장' '업계 최고' '승소율 1위' 같은 표현은 모두 불법이다. 재판에서 이길지 질지는 변호사가 알 수도 없고 보장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떤 변호사가 업계 최고이고, 승소율 1위인지는 평가하거나 집계하는 기관이 없다.

또 '업계 유일' 같은 단어를 쓰거나 '○○ 분야 전문'이라는 식의 광고 문구도 문제가 된다. '전문 변호사'라는 문구는 일정 요건을 갖춰 변협에 등록한 사람만 쓸 수 있다. 그나마 변호사 한 사람당 2개 분야만 가능한데도 형사부터 민사, 가사, 과세, 파산 소송까지 10여개 분야 전문이라고 광고를 하는 '만사(萬事) 해결 변호사'도 있을 정도다. 특히 인터넷에 흔한 '성범죄 전문'은 변협이 인정하는 전문 변호사 영역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일부 변호사는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말도 한다. 서초동의 30대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단어가 '전문 변호사'인데 변협이 너무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 아예 광고를 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해 사건 당사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 규정을 위반한 변호사들에 대한 변협의 징계는 '과태료 수백만원'이 고작이다.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최근 검찰은 지하철역 광고판에 자신을 6개 분야 전문 변호사로 소개한 변호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