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前 합참의장·예비역 육군 대장

개성공단 폐쇄 며칠 후인 지난 12일 역대 군사령관 신년 교례 모임이 있었다.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군사령관을 역임한 예비역 육군 대장들의 모임이었다. 참석자 한 분이 필자에게 "개성공단 개발 총책임자였는데 공단 폐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합참의장을 끝내고 2001년 한국토지공사 사장으로 부임하여 2003년 개성공단 착공, 2004년 시범 단지를 준공했다. 개성공단은 민족 간 화해·협력을 위한 민간 경협 사업으로 출발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원으로 변질됐다. 필자는 "북핵 개발 억지를 위해 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불가피하게 된 지금 우리는 이 결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1953년 4월 미국(연합군)과 북한 간의 휴전회담이 막바지로 가고 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에 반대하며 남침한 공산군을 끝까지 물리치고 북진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도 대통령 입장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휴전회담 조인 직전에 수만 명이 참가하는 군중 집회를 열어 북진 통일을 외치고 이를 국회 등 정치권과 온 국민이 지지했던 국가 총력전 체제의 위압 덕분에 휴전회담에서 소외됐던 한국 정부의 조건이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를 놓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전쟁하자는 것이냐? 군대에 간 자식을 둔 부모를 생각해 봤느냐?"고 했다. 전선에 자식 보낸 부모들까지 나라를 지키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휴전에 반대했던 63년 전의 비장했던 각오를 알고나 하는 말인지 묻고 싶다.

북핵이 우리에게 어떤 위협이 되는가에 대해선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핵 통제권이 30대 초반의 광폭한 집권자 손에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의 나이로 보아 그의 집권이 향후 40년 이상 지속된다면 과연 이 기간에 어떤 민족 대재앙의 도발 책동이 있을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실시 후 조선중앙TV를 통해 "적대 세력이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자주권을 침해당하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공갈 협박이다. 이런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기 방위 수단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는 국민 여론은 정당하다. 이를 두고 정치가 또는 학자라는 사람들이 국제사회의 비난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핵 위협을 애써 과소평가하거나 현 상황을 호도하는 국민 기만 행위로 지탄받아야 한다.

핵무장이라는 선택이 얼마나 예민하고 또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인가에 대해 재삼 논의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의 북핵 위기엔 다른 대응의 길이 없다. 사드(THAAD) 등 방어 무기 보강은 보조 수단이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오로지 핵무장 또는 전술핵 배치 등 우리 손에 북한과 똑같이 핵을 쥐고 있어야 협상을 통한 북핵 포기가 가능하다. 이제부터 핵무장 전 단계로 핵무장을 위한 공론화 계획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다만 이러한 핵무장 공론화가 자칫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므로 순수 민간 주도로 우선 핵무장에 대한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핵무장 공론화가 시작되면 북한은 우리의 강경한 대응에 크게 당황할 것이고, 40배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과의 군비 경쟁에 큰 중압감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 규정 준수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 정서를 감안, 북핵 문제에 대한 실효적 대응 방안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 움직임까지 촉발되면 가장 위기감을 갖게 될 중국도 북핵 개발과 보유를 포기시키려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역대 군사령관 모임에서 6·25전쟁과 월남 참전 원로들은 "이제는 국가 안보를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며 구체 방안을 제시했다. 군 출신 안보 단체가 주체가 돼 핵무장 지지 국민운동을 선도해 나가자는 것이 제안 요지였다. 향후 이 운동은 각급 보수 단체, 시민사회 단체, 종교 단체와 국가 안보를 우려하는 절대다수의 국민이 동참해 "핵무장도 불사하겠다"는 총력 안보 체제의 국민운동으로 승화될 것이다. 우리 주변국들은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핵을 포기케 할 것인가 양자택일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국론을 결집해 위기를 극복했다. 사드 하나 배치하는 문제를 놓고 비용 따지고 주변국 눈치 보는 식의 안보 정책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경제도 외교 문제도 국가 이익을 위해서 중요함을 모르는 바 아니나 국민의 생존권과 맞바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