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이 그렇게 미울 수 없다. 눈을 겨우 뜬다.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늦었네!"라고 외칠 상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마지못해 잠자리에서 기어 나온다. "온종일 누워 뒹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단 하루라도 잠시 바쁜 일에서 벗어나 게으른 휴식을 즐기고 싶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지친 몸과 마음에 원기(元氣)를 되찾아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심 속 '휴식 카페'다. 쉴 때만큼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기로 한다.
잘 쉬는 것도 능력이다! 휴식 사용 설명서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잘못된 휴식
미국 인구조사국은 국민들이 여가의 절반을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보낸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 시청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좀 더 적극적인 경우에는 여행이나 나들이를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피로가 가시지 않는 경험을 한다. 왜 몸은 여전히 찌뿌드드하고 피곤한 걸까. 제대로 된 휴식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휴식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쌓였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이다. 부교감신경은 우리 몸의 휴식과 재생, 치유와 회복을 담당한다. 심장박동을 늦추고 눈동자를 수축시킴으로서 격렬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소화액 분비와 창자 연동운동을 촉진함으로서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할 기회를 제공한다. 성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부교감신경이다.
휴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는 계속 쌓여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건강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면역 시스템을 무너뜨려 감기를 비롯해 위장염, 장염, 기관지염, 헤르페스 종기, 만성 인후염 등의 병에 쉽게 걸리고 잘 낫지도 않게 한다.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식욕 조절도 힘들며, 성생활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을 만나면서 휴식을 취한다는 말은 어찌 보면 모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사람을 만나면서도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있다.
사회적 휴식이란 사회적 유대의 힘을 이용해 긴장을 풀고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소속감과 단란함의 감정을 느끼면 즐거움과 안정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은 흔한 일상이지만, 이러한 사회적 유대는 고혈압 약을 먹고 담배를 끊는 것만큼 건강에 중요하다. 사회적 유대가 강한 소집단들은 평균 수명이 90세를 훌쩍 넘는데, 최근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회적 휴식이 생각보다 인간의 전반적인 생존에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지인들과의 접촉, 지역 사회단체나 교회의 소속 여부 그리고 결혼 유무 등을 통해 살펴본 결과 사회적인 유대감이 낮은 이들은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인 유대감은 상황 대처를 잘할 수 있게 돕고, 안정감과 자부심을 주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타인과의 대화는 휴식과 내적 안정감을 준다.
건강은 인간이 가장 바라는 원초적인 행복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 많은 사람들이 일컫는 ‘휴식’은 바로 신체적인 휴식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침대에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습이나, 편안한 의자에 몸을 맡기고 음악을 듣는 모습은 현대인이 가장 꿈꾸는 달콤한 휴식이다.
티베트의 승려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벌거숭이로 앉아 자신의 의지로 체온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최면 상태에서 마취 없이 큰 수술을 견디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정신의 휴식은 어마어마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정신적인 휴식은 육체적 휴식과는 다른 적극적인 휴식으로 몸이 아닌 다른 것에 주의를 집중한다.
정신을 한 가지에 집중하면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에 큰 영향을 미쳐 심박 수와 체온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자기최면이라고 하는데 몸이 매우 편안하고 정신적 집중력이 높아지며 주변에 대한 주의는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은 10분 명상으로도 정신적·육체적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혹자는 자기최면을 시도하면 통제력을 잃을까 걱정하는데, 이는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기사 더보기
하루쯤은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것도 괜찮아, 이런 휴식 어때요?
◇비행기 1등석에서 푸는 피로
비행기 1등석에서 피로를 푼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카페 '퍼스트 클래스'에서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다. 1등석 비행기 서비스를 즐기며 편안한 의자에 앉아 몸의 피로를 풀 수 있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정하고 하와이·밴쿠버·프라하 등 목적지가 적힌 '비행기'에 타면 된다. 1등석 좌석과 크기가 비슷한 안마 의자에 앉아 활력·쾌적, 목과 어깨 등 자신이 원하는 안마 모드를 '승무원'에게 말하면 된다. 신발을 벗고 의자에 앉아 담요를 덮으면 여행이 시작된다. 어깨에서 "뚜둑" 소리가 난다. 딱딱하게 뭉쳤던 근육이 풀리기 시작한다. 긴장을 풀고 몸을 최대한 느슨하게 풀어준다. 안마 의자는 종아리부터 엉덩이·허리·목·머리까지 시원하게 눌러준다. 눈 마사지 기계도 있다. 눈 위에 전용 기계를 쓰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지친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비행기 내부 같은 형태의 창문에는 구름이 떠있는 하늘 풍경이 비친다. 실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느낌이다. 30분 1만3000원. 음료 한 잔과 와플을 기내식 서비스로 준다. 서울 충무로2가 12-27 동양빌딩 지하 1층. (02)319-8233
◇산소 존에서 받는 마사지
카페 '미스터 힐링'은 부스마다 산소 발생기를 설치해 청정한 공기를 제공한다. 안마 의자에 앉아 스트레칭과 안마를 동시에 받는다. 20분간 스트레칭을 통해 온몸을 쭉쭉 늘려준 후 원하는 모드를 통해 뭉친 곳을 풀어준다. 지압 중심의 회복 모드, 주무름과 두드림으로 이뤄진 활력 모드, 발바닥 마사지와 등 두드림의 수면 모드 등 다섯 가지. 강도와 속도를 지정할 수 있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안마를 받으며 한숨 푹 잔다. 50분간 안마가 끝나면 커피나 차를 한 잔 택해 마신다. 1만3000원. 홍대·명동·강남 등 지점이 여러 곳이다. misterhealing.com
◇편백나무 속 뜨거운 열기
카페 '토토로의 숲' 문을 열고 들어가니 편백나무 향이 그윽하게 퍼졌다. 초록색 식물과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 '토토로' 인형들이 눈에 들어온다. 음료 한 잔을 주문하면 편백나무 원적외선 반신욕기와 족욕기를 1시간 동안 무료로 쓸 수 있다. 음료를 주문한 후 신발을 벗고 반신욕기에 들어가 상체만 내놓고 앉아 쉰다. 건식으로 돼 있어 옷을 벗지 않는다. 쌀쌀한 밖의 온도를 피해 들어와 따뜻한 열기를 즐기다 보면 잠이 솔솔 쏟아진다. 노트북 컴퓨터나 책을 가지고 와서 봐도 좋다. 일본 온천 여행을 온 느낌이다. 반신욕은 원기 회복과 수족 냉증, 혈액 순환에 좋고 원적외선은 몸속 깊이 온열 효과를 전달해 스트레스를 풀어준다고 한다. 추천 음료는 복분자 효소 라테, 장미꽃 차와 개복숭아 효소 차. 청주에 있는 밭에서 꽃차와 효소 차를 재배해 가져온다고 했다. 방문 전 전화 예약을 하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414-13 2층. (02)6010-1655
[피톤치드 뜻, 식물이 뿜어내는 천연 항균제… 산림욕이 몸에 좋은 이유가 여기 있다]
◇따뜻한 소금 방에서 즐기는 휴식
카페 '화이트 시크릿'은 겉모습만 보면 여느 커피숍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벽과 바닥, 천장을 천일염으로 가득 바른 비밀 방 7개가 나온다. 동유럽 소금 동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소금 분사기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죽염을 뿌린다. 이렇게 하면 몸에 좋은 음이온과 미네랄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소금 방 온도는 조금 높은 편. 많이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로 더워진다. 되도록 움직이지 말고 차분히 쉬라는 뜻이라고 했다. 신발을 벗고 바닥의 소금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지압이 되는 느낌이다. 천일염이 들어간 커피 '솔티 아메리카노'와 '솔티 라테'가 추천 음료. 짭조름한 첫맛이 어색할 수 있지만 자꾸 손이 간다. 음료 포함 1시간 1만원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3-1. (02)514-7879
하루쯤은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것도 괜찮아… 만화카페·네일숍
‘잠깐 동안 멈춰 서서 머리 위 하늘을 봐/ 우리 지친 마음 조금은 쉴 수 있게 할 거야/ 한걸음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은 것은 아냐.’(가수 윤상 ‘한걸음 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사는지도 모른다. 하루쯤 잠시 멈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순간을 즐겨도 괜찮다.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는 최고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지만 일상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집은 떠나고 싶다. 온종일 편히 누워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들을 골랐다.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데 만화책을 빼놓을 수 없다. 신사동 가로수길 만화카페 섬은 이름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하얀 섬(island)을 모티브로 했다. 책상, 빈백소파(커다란 자루 안에 충전재를 채워 넣어 만든 제품), 이층 침대가 있어 기호대로 앉으면 된다. 이층 침대는 인기 만점이어서 머뭇거리면 자리를 놓칠 확률이 높다. 침대 아래층에는 전기장판, 담요와 베개가 놓여 있다. 이곳에 사는 고양이 '주인님'은 만화를 보는 내내 옆에서 어슬렁거리며 친구가 돼준다. 카운터에서 과자·라면·음료·만두밥 등을 판다. 맥주도 있어 '만맥(만화와 맥주)'을 즐길 수 있다. 2만여권 만화가 있다. 일본 만화가 사쓰키 요시노의 작품을 특히 추천한다고 했다.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1시간 2400원.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7-10 2층. (02)511-3756
합정역 즐거운 작당은 전면이 책으로 채워진 오래된 서점 같은 분위기의 만화방이다. 3만여권의 책이 책꽂이는 물론 계단까지 꽂혀 있다. 가게 한쪽에 만화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어 손쉽게 책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책상에 앉아 만화책을 읽어야 하지만 운이 좋다면 고타쓰(일본식 난방 탁자)가 있는 좌식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추운 날 테이블 밑으로 다리를 쭉 뻗고 과자를 먹으며 만화책을 읽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만화책은 물론, 에세이툰과 웹툰 작품들도 있다. 만화 '심야식당'에 나온 음식 '고양이맘마'와 '스팸버터라이스'는 심심한 입을 달래줄 이곳만의 특별한 음식이다. 1시간 3000원.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0-6 대동빌딩 B1. (02)336-9086
역삼동 꿀잼코믹스(02-554-0524)와 논현동 만화카페 휴(02-3444-8252)도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춘 떠오르는 만화 카페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카페데코믹스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만화 카페로 대학로·신촌·홍대 등 여러 곳에 지점이 있다.
일부 여성들은 기분전환을 위해 네일숍에 가기도 한다. 하지만 숍에서 관리 받는 게 부담스럽다면 홍대 인근에 있는 카페 드 위드샨을 추천한다. 음료를 시키면 '네일 키트'를 2시간 동안 무료로 빌려준다. 매니큐어, 젤네일과 램프, 붓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혼자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시간을 보낸다. 손톱용 스티커 같은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손재주가 없어 혼자 못 바르겠다 하는 이용객은 네일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카페 한쪽에는 고타쓰가 마련돼 있어 편히 쉴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2-14 2층. (02)324-7006
진짜 휴식 취하려면 '마음'도 함께 쉬어야
▶'Must, Should'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면='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 속에 머물며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보자.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그렇게 되면 좋겠다' 정도로 바꿔보자. 예를 들어 '이번에 승진해야만 해'하는 생각을 '이번에 승진하면 좋겠다'로 바꾸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 가하는 위협에 굴복하지 말고 반박해보자. '이번에 승진하지 못하면 뭐 어때!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복잡한 생각에 빠지는 오류를 범할 때=단순한 말 하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몸은 한가해도 마음은 지쳐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막연한 불안에 여러 가지 걱정이 떠오르고,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를 곱씹으며 불만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온전한 휴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당신을 괴롭히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너무 많은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우선 생각 속에만 빠져 무뎌진 내 신체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
▶언제 어디서든 마음이 지칠 때의 응급처치법= '긍정 다이어리 쓰기'를 하는 것이다.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고, 가족들의 등쌀에 견디기 힘들어 짜증이 올라온다면, '잠깐 멈춤'을 외치자. 그리고 여러 번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몸 안의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면서 호흡을 반복하다 보면,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