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15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정부의 대북 제재 평가에서 신중론을 굽히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개성공단 중단과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등에 대해 14일 "지금 전쟁하자는 것이냐"며 전면 반대에 나섰지만, 김 대표는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한 것이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야당의 신구(新舊) 지도부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정 현안에 대한 협조 요청을 위해 국회로 찾아온 황교안 국무총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대해 "아무리 북한에 경고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비상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런 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래서 내가 (당에) 단순히 찬반을 얘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종인(왼쪽서 셋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영선(맨 왼쪽) 비대위원 등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을 방문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또 황 총리가 16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과 관련, "김 대표께서 '(개성공단 중단이) 어떤 사정인지 알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설명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감안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김 대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해하게 되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나라 발전을 위해 야당도 협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도 좋다"며 "건전한 야당으로 발전시키려 (내가)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14일 밤 열린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는 "안보에 대한 우리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우리 정체성은 이념이 아니라 민생(民生)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표는 "햇볕정책은 시행 당시에 옳았지만 지금도 타당한지는 진단을 해봐야 한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려면 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북한 궤멸론' 발언이 "야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오히려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라고 했다.

박영선·우윤근 비대위원 등 신(新)지도부는 대체로 김 대표와 비슷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현 정부 대북 정책을 비판하긴 하지만 "전쟁이냐 평화냐" 같은 진영 논리 관점의 공격은 자제했다. 이에 대해 야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안보 문제가 모든 이슈를 덮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제는 경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칩거 20일만에 國會 나온 문재인 - 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한민구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던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성공단 중단과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 대북 제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종인 "개성공단, 단순한 贊反 문제 아냐"]

반면 문재인 전 대표 등 구(舊)지도부는 개성공단 중단을 자신들 치적에 대한 '훼손'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에서 개성공단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대해 단순 반대가 아니라 정말 화가 난다.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한 조치"라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강구하더라도 개성공단 폐쇄만큼은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로 안보 위협이 커진다는 생각은 안 하느냐"며 "박근혜 정부는 아주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역대 정부가 노력해서 만든 개성공단을 하루아침에 폐쇄한 것 아니냐. 이런 어리석은 국가 전략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도 했다.

다른 과거 지도부도 비슷한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희 전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인터넷에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해 "대통령이 무슨 헌법적 권한을 가지고 초법적 조치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전병헌 전 최고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경제적으로나 통일 정책적으로 최악의 수"라고 했다. 일부 전직 최고위원은 개성공단 중단을 "자해적 조치"라고 했다. 전직 지도부 누구도 김종인 대표처럼 개성공단 폐쇄가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