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경성소년원으로 문을 연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이 74년 만에 첫 여성 소년원장을 맞는다. 15일 부임하는 송화숙(58·사진) 신임 서울소년원장은 법무부 내에서 '소년범들의 엄마'로 불리는 소년 보호 분야의 전문가다.
송씨는 원래 교사였다. 전북대 사범대 졸업 후 전북 익산의 중학교에서 4년간 영어 선생님으로 일했다. 그때만 해도 가정 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송씨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한다. 낮에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고를 다닐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던 1986년 소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를 모집한다는 법무부의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다. 송씨는 "눈에 번쩍 띄더라. 바로 이거다 싶더라"고 했다. 가족은 '왜 멀쩡한 학교를 관두고 소년원 애들을 가르치려 하느냐'고 했지만, 송씨를 말릴 수 없었다. 송씨 나이 스물여덟일 때였다.
서울소년원에서 시작한 소년원 교사 생활은 고되고 힘들었다. 군대 내무반처럼 딱딱한 교실,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대드는 아이들…. 하지만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생활관에서 아이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들도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 본드를 흡입해 안양소년원에 들어왔던 김영진(가명)양도 그랬다. 김양이 소년원 문을 나설 무렵 송씨는 호주머니를 털어 김양이 지낼 방을 구해주고 후원자를 찾아 연결해줬다. 김양이 야간고에 다닐 수 있도록 밀어줬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에게로 다시 돌려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중년이 된 김씨는 송씨와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최근엔 군대에 간 김씨 아들의 면회도 함께 다녀왔다고 한다.
송씨는 1995년 소년원 교사 생활을 마치고 소년보호정책 전문가로 변신했다. 안산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센터장을 했고, 서울남부보호관찰소장도 거쳤다. 2012년부터 2년여 동안 안양소년원장을 지낼 때는 토요일마다 105차례 아이들과 관악산에 올랐다. '어릴 적 가족과 여행을 다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는 한 아이의 말을 듣고 시작한 등산이었다.
청소년 관련 업무를 맡는 법무부의 보호직 공무원은 여성들에겐 또 하나의 '유리 천장'이다. 전체 공무원 2100여 명 가운데 2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5명, 그중 송씨가 유일한 여성이다. 5급 이상 여성 공무원도 27명에 불과하다. 송씨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실수할 수 있고,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라며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엄마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