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전도연·김혜수 등 선배들과 함께 작업해온 김고은은“진짜 큰 배우는 주변 모두가 편안하도록 배려해주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스크린 넘어 브라운관까지 점령한 배우 김고은은 누구?]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에는 돋보이는 여배우가 있다. 주인공 홍설 역을 맡은 김고은(25)이다. 열심히 살아보려 발버둥치지만 주변 인물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순하고 성실한 여대생을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스럽다는 뜻으로 '곤(고은)블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김고은의 분투 덕분에 '치인트'는 시청률 7%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김고은은 "서러움, 소심함 등 홍설에게서 몇 가지 포인트를 집어내 집중했다"고 말했다. 쌍꺼풀 없는 눈매와 동그스름한 코, 도톰한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해 주목을 받았던 그는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에 잇따라 출연했다. '치인트'는 그의 첫 TV 드라마다.

지적장애인, 폭력배, 검객, 검사 등 극단적이고 강한 역할만 맡았던 김고은은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해 현실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여배우로서는 흔치 않은 경력을 쌓아온 그는 "데뷔작으로 칭찬을 많이 받다 보니 신인으로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 같았다"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처음 몇 년간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부딪쳐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도전과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역할, 맡기 두려운 역할을 일부러 골랐다"고 말했다.

'치인트' 섭외 당시에는 논란도 있었다. 원작 웹툰이 워낙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김고은이 홍설 역을 제안받았다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어울리지 않는다는 '항의'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면서 "하지만 이윤정 PD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결국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김고은은 이윤정 PD의 2007년작 '커피프린스 1호점'을 '내 인생의 드라마'로 꼽았다. "요즘도 우울할 때마다 '커피프린스'를 보고 나면 행복해진다"며 "첫 드라마는 꼭 이 PD와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고은은 4세 때부터 10년간 아버지 직장을 따라 중국에서 살았다. 영화 마니아였던 아버지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수많은 영화를 접했다. 한국에 돌아와 계원예고에 진학한 그는 '은교' 오디션에 덜컥 합격해 데뷔했다. 당시 정지우 감독은 그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자기 중심이 단단하고 쉽게 휩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땐 교내 '독서왕'이 되고 싶어서 1년에 책을 500권 넘게 읽었고, 고등학교 땐 발성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장 20바퀴를 뛰었다고 한다.

고교 시절 친구들이 성형수술하는 걸 보고 김고은도 상담을 받으러 어머니와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의사가 "연기하려면 눈·코뿐 아니라 훨씬 많이 고쳐야 한다"고 말하자 어머니가 크게 화를 내며 딸의 손을 잡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그 뒤로 성형 얘기는 꺼낼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의사의 예상과는 달리 김고은은 요즘 '쌍꺼풀 없는 대세 여배우'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성형수술 받지 않은 얼굴에선 확실히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가 나온다"며 "배우로서 큰 자산을 갖고 있으니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