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연간 초콜릿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뒤로 하는 한 달 새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라고 한다. 게다가 최근 이 시기의 초콜릿 판매량은 가파른 상승세이다. 한 온라인 쇼핑 업체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관련 초콜릿 판매량은 전년보다 111% 늘었다. 밸런타인데이의 주역인 초콜릿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초콜릿 역사를 비롯해 섭취 효과, 음식 궁합 등을 함께 알아봤다.
최초의 초콜릿은 ‘달지 않은 음료’
초콜릿의 기원은 고대 마야시대(100~600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야인들은 카카오를 왕궁·종교의식용 음료로 만들어 마셨다. 이들은 카카오나무에서 수확한 씨앗을 발효한 후 볶고 빻아 반죽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물ㆍ칠레고추ㆍ옥수수 가루 등이 섞여 거품이 나는 향긋한 음료가 됐다. 설탕을 넣지 않아 맛은 달지 않았다.
설탕이 가미된 초콜릿이 탄생하게 된 것은 1521년, 에스파냐(오늘날의 스페인)인들이 아스테카 문명이 자리를 잡은 멕시코를 점령한 이후다. 당시 아스테카 문명에서 카카오는 돈 대신 쓰일 만큼 귀해 상류층만이 즐기고 있었다. 카카오 원두가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된 에스파냐인들은 배에 실어 본국으로 보냈다. 이 시기부터 카카오 음료에 계피 등 향신료와 설탕을 넣어 단맛을 냈는데, 그 비법은 100년간 그들만의 비밀로 간직했다.
17세기 중반 유럽 전역에 카카오가 퍼졌다. 이후 네덜란드인 반 호텐이 카카오에서 지방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코코아(카카오 원두를 빻아 만든 가루) 버터를 만들었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1840년쯤 씹어 먹는 초콜릿이 탄생했다. 현재의 밀크 초콜릿 산업은 1876년 스위스인 다니엘 피터가 초콜릿에 우유를 첨가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서 초콜릿을 처음 접한 이는 명성황후
우리나라에는 초콜릿이 언제 들어왔을까? 두 가지 설(說)이 있다. 하나는 조선 시대 러시아 공관의 부인이 외교의 목적으로 명성황후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바쳤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토 히로부미가 궁중에 초콜릿을 퍼뜨려 상궁들에게 인기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후 특권층의 음식으로 여겨졌다가 1950년 6ㆍ25 전쟁 때 미군이 초콜릿을 들여오면서 일반인에게 소개됐다.
초콜릿의 대중화는 1970년대 국내 제과업체들이 대량 생산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콜릿의 맛은 롯데제과가 1975년 출시한 '가나초콜릿'이 시초다. 가나초콜릿의 당시 가격은 100원이었는데, 짜장면 한 그릇이 148원이었으니 비싼 편이었다.
[롯데제과_어언 30여년… 대중 입맛 사로잡은 초콜릿의 유혹]
야외 비상식품으로 제격! 초콜릿 영양성분
초콜릿에는 단백질 8%, 탄수화물 60%, 지방 30% 등 3대 영양소가 들어 있고 조금만 먹어도 열량이 높아(보통 50g당 170~200㎉) 등산ㆍ자전거 등 야외 운동할 때 간편하게 챙길 수 있는 식품으로 손색없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원두에는 철분ㆍ마그네슘ㆍ인 등 각종 무기질과 300여가지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그중 눈여겨볼 만한 물질은 페닐에틸아민으로 이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이다. 초콜릿을 먹을 때 잠깐 기분이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00g당 약 50~100㎎ 정도 들어 있지만, 흡수하는 과정에서 소실돼 일부가 겨우 뇌에 도달한다.
또한, 집중해서 공부해야 할 때 초콜릿을 먹는 데는 이유가 있다. 테오브로민이란 물질 때문인데, 피로 해소와 근육 완화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뇌 피질을 자극해 사고력을 높여준다. 이와 동시에 초콜릿에 함유된 카페인이 각성 역할을 한다.
카카오 원두 껍질이 충치 예방한다지만…
그러나 초콜릿의 긍정적인 효과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카카오 원두 자체에 따른 것이며, 우리가 사 먹는 초콜릿은 설탕 함량이 매우 높고 카카오버터 대신 값싼 기름을 섞어 만든다. 따라서 많이 먹으면 포화지방이 높아 살이 찔 염려가 있다. 게다가 설탕으로 단맛을 낸 당은 체내 흡수가 빨라 급격한 혈당 상승을 초래, 당뇨ㆍ고지혈증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카카오 원두 껍질에 든 불소ㆍ타닌 등의 물질이 구강 내 박테리아 번식을 막아 충치를 예방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그 껍질이 버려져 별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입안에 남은 당분이 산도를 높여 치아 조직을 구성하는 에나멜 성분을 녹인다. 초콜릿을 먹으면 30분 안에 양치질하거나, 아니면 온수나 녹차로 입안을 헹구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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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과 찰떡궁합 음식은 아몬드
아몬드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은데, 이는 초콜릿에 함유된 몸에 해로운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의 체내 축적을 감소시키고 몸에 이로운 고밀도콜레스테롤(HDL)의 양은 유지하게 한다. 또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해 혈당이 갑작스레 높아지는 것을 막는다.
초콜릿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는 너무 차갑지 않은 맹물이다. 벨기에 초콜릿 명장(名匠)인 베노아 니앙(Nihant)씨에 따르면, 물이 혀를 깨끗이 씻어 다시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해줘서다. 다음으로는 너무 달지 않은 포트(Port;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주정 강화 와인)를 꼽았다.
밸런타인데이에 왜 초콜릿을 주게 됐나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젊은 청년들을 군대로 끌어들이고자 결혼금지령을 내렸다. 밸런타인(St. Valentine) 이라는 이름의 사제가 이에 반대하고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시켜준 죄로 269년 2월 14일 순교했다. 그는 당시 'love from Valentine'이라는 편지를 남겼고 밸런타인데이에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풍습의 기원이 됐다.
밸런타인데이의 애틋한 유래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60년대 일본의 한 제과회사가 국내 마케팅 수단으로 밸런타인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이것이 계기가 돼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Valentine Day for My Husband]
정성 가득 담긴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레시피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연인에게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하는 여성들이 많다. 아래 참고할 만한 레시피를 공개한다.
▶ 생초콜릿
▶ 밸런타인데이 수제 초콜릿 레시피
▶ 선물은 정성!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수제 초콜릿 만들기
▶ 대보름·밸런타인 한 번에 잡는 호두초콜릿 만들기
▶ [마법숟가락] 초콜릿 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