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5㎏. 부끄럽지만 제 남자 친구도 모르는 저의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and after)를 공개합니다. 저를 보고 힘내서 다 같이 예뻐졌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 몸무게 절반을 줄였다는 애견미용사 김아름(29)씨 사진 6장이 올라왔다. 김씨 사진 중 3장엔 언뜻 봐도 100㎏은 훌쩍 넘는 여성이 있었고 나머지 3장 속엔 긴 다리와 함께 누가 봐도 '날씬하다'고 할 모델 체형의 여성이 있었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차이가 컸다. 이 사진은 3420여개의 '좋아요'와 댓글 470개를 받았다. 15살 때 갑상샘암에 걸려 수차례 수술을 했다는 김씨는 "수술을 할 때마다 10㎏씩 살이 쪘고 자포자기하며 점점 스스로를 버려뒀다"며 "사진을 공개한 이유는 살을 뺀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 게시판이나 SNS에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공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신의 뚱뚱했던 시절을 부끄러워하기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의지'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공감한다는 의미의 '좋아요'는 수천개 눌리고 "닮고 싶다"는 등 칭찬 댓글도 수백개씩 달린다.
87.5㎏에서 53㎏까지 감량한 안세정(26)씨도 지난달 19일 자신의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몸매의 전후뿐만 아니라 얼굴 사진까지 올렸다. 안씨는 "친구가 '야 저리 좀 가, 콜레스테롤 냄새 난다'는 말을 들은 뒤 독하게 살을 빼기 시작했다"며 "살 빠진 지금은 숨쉬기도 편하고 피해의식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안씨의 사진에도 좋아요 3만여개와 댓글 830개가 달렸다.
뚱뚱했던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사람들도 줄을 선다. 페이스북 페이지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매일 공개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운영하는 브랜드 마케팅 업체 '뷰스컴퍼니' 박진호 대표는 "하루에도 3~4건씩 자신의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실어달라는 이메일과 메시지가 온다"며 "일주일에 450만명이 볼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했다. 폭발적인 인기에 대해 박 대표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이어트는 남녀 가릴 것 없이 필수적인 것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뚱뚱했던 과거 사진을 공개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19㎏을 감량하고 나서 전후 사진을 공개한 정호진(24)씨는 "살을 뺐을 때의 성취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누구나 살을 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서 다른 사람의 다이어트를 전문적으로 돕게 된 사람도 있다. 88.6㎏에서 46.2㎏이 된 박지원(25)씨는 "먹고 싶으면 일어나자마자 족발을 입에 넣으면서도 날씬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섭식장애까지 겪을 만큼 당시 마음이 불안정했다"며 "다이어트를 하면서 몸과 함께 마음의 상처도 치유됐다"고 말했다. 요즘은 고도비만인 사람들의 다이어트 식단을 짜 주고 실행 여부를 체크하는 일을 한다는 박씨는 "뚱뚱한 사람 중엔 마음이 불안한 사람이 많다"며 "내가 살쪘을 때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소속감과 책임감을 준다는 면에서 SNS의 긍정적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수십 ㎏을 감량한 전후 사진만 공개하는 것보다 그 과정을 한 달이나 일주일마다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