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두 달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지난해 12월 8일 양재동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호준(NC), 최준석(롯데)을 제치고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개인 역대 10번째 수상. 이승엽의 수상 소감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된 그는 "이제 40대에 들어섰기 때문에 40대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제시하고 싶은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 이승엽은 "요즘 들어 한창 일할 나이인데 퇴직 시점이 너무 빨라졌다. 경험보다 소중한 게 없는 게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도태되는 분위기"라고 아쉬워 했다.

이어 "40대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나는 회사원으로 따진다면 정년 퇴직 시점을 훨씬 지났다. 나이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내가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다면 세상의 수많은 40대들이 약해졌던 마음을 다 잡고 신입 사원의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뛸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덧붙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이승엽은 "야구에서 나이, 학력, 재력 등 모든 게 무의미하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야구장에 가면 스무 살이든 마흔 살이든 다 똑같다. 후배들에게 뒤쳐지지 않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2년 뒤 현역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한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첫 번째 목표로 내세웠다. 삼성은 임창용, 박석민, 야마이코 나바로 등 투타 핵심의 이탈 속에 전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이승엽은 "주변에서 우리 팀이 힘들 것이라고 하는데 우승이 쉬운 팀이 어디 있는가. 우리도 작년에도 그렇고 재작년에도 그렇고 우승할 줄 알았는가. 겨우내 열심히 노력하며 강해졌고 모든 조건이 좋아지면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외형상 전력 만으로 우승하는 건 아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어느 만큼 제 컨디션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이어 "'야구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의외성이 존재한다. 그만큼 예측이 힘들다. 예년보다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는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했고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에 오른 팀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타 구단들이 성공적인 전력 보강을 했지만 도전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프로 선수다. 프로에서 2등은 무의미하다. 일부 선수가 빠졌다고 해서 우승이 힘들다는 건 프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우리의 목표이자 의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역 시절 '타격의 달인'이라 불렸던 고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은 생전에 "마흔을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 생활을 하는 선수는 칭송받아야 한다. 어릴 적 자신이 응원했던 선수를 나이가 들어서도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뛰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는 뜻이다. 그 선수가 잘하든 못하든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최소한의 목표로 내세운 '맏형' 이승엽이 정상 탈환의 선봉장이 될 지 주목된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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