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1년차 구로다식(式) 양적질적 통화완화 도입
2014년 2차 통화완화 정책 도입...본원통화량 80조엔으로 ↑
2015년 장기국채 매입 확대...평균 잔존만기 7~12년으로
2016년 日銀 예치금에 대한 금리인하...마이너스금리 도입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9일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여파로 일본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2%)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연간 80조엔 규모의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실시해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로 아베노믹스 통화정책의 핵심이 양적 완화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아베 정부 1년차, 구로다식 금융완화 정책 서막
일본은행은 지난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취임 후 금융완화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 금융완화가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구성하는 세개의 화살(대규모 양적완화, 재정확대, 구조개혁)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양적질적 통화완화(QQE) 정책 역사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한 201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로다 총재는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치(2%)를 2년 내에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올해 연간 본원통화(자금 공급량)를 60조~70조엔 공급하겠다”며 양적 완화 정책은 ‘(목표가)안정적으로 유지될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구로다식 양적 완화 정책의 서막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행은 정책금리(은행간 자금을 주고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조정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통제해 왔다. 구로다 총리는 “본원통화량을 2012년 말 132조엔에서 2014년 말에 270조엔으로 두 배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일본은행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연 1조엔, 부동산투자신탁(REIT,리츠)은 연 300억엔 규모씩 각각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아베노믹스 2년차...2차 양적·질적 통화 완화 정책
일본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일본 국채를 매입해 통화량을 늘려 시장유동성을 공급하고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을 늘려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투트랙(양+질)’ 전략을 채택해 왔다.
아베 총리는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를 배경으로 2014년 일본은행은 2차 양적·질적 통화완화(QQE) 정책을 발표한다. 시중에 공급하는 통화량 규모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매입하는 자산의 종류와 규모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2014년 10월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연간 60조~70조엔의 본원통화 공급을 80조엔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중·장기 국채 매입 규모는 연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고, 일본은행이 매입하는 채권의 평균 만기를 7년에서 최장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채를 제외한 국내 자산 매입에도 박차를 가했다. ETF와 리츠 보유량을 3배로 늘리고, 연간 매입 규모는 각각 3조엔과 900억엔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증시 부양을 위해 JPX닛케이400지수와 연동하는 ETF를 자산매입 대상에 추가했다.
◆아베노믹스 2기, 3차원 금융 완화
아베 총리가 재선(지난해 10월)에 성공하며 2기 아베노믹스 출범을 알린 지난해 12월, 일본은행은 연간 80조엔의 연간 국채 매입 규모를 유지하되, 금융 완화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기 국채 매입을 늘려, 평균 7∼10년이었던 국채 만기 잔여 기간을 7∼1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간 3조엔 규모로 유지해 온 ETF 매입 규모는 3조3000억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양적질적 완화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로부터 한 달, 일본은행은 사상 첫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다. 구로다 총재는 “세계 금융 시장 리스크로 기업 실적 악화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며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선언이 놀라운 점은 구로다 총재가 그동안 정책금리 조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는 양적완화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던 지난해 9월 참의원 재정 금융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나 철폐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금리인하설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금융 정책 결정 회의 후 기자 회견에서도 "검토도 하지 않고, 가까운 장래에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금리를 선언하기 8일 전인 지난 21일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고,지난 18일에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