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샐러드는 사용자에게 ‘현재 사용 중인 a라는 카드 대신 b 카드를 사용하면 4%의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는 식의 코칭을 해주고 소비자가 잘 알지 못했던 카드 혜택을 시뮬레이션화해 보여준다. 또 그런 분석을 바탕으로 신용카드를 추천하고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를 만든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는 “카드사 직원들이 고객에게 추천하는 카드는 대부분 영업 수수료가 높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내 소비 패턴에 꼭 맞는 신용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한다.

국내 거래 신용카드 정보 DB 최다 보유

뱅크샐러드 앱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사용자의 소비 흐름 그래프를 통해 오늘 지출한 금액부터 이달의 소비 현황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지출 내역과 비교 분석도 가능하다. 현재 사용 중인 모든 카드의 지출 내역, 월별 결제 예정 대금을 언제, 어디서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지출 목록을 관리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카테고리별 소비 달력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자주 이용하는 카페, 편의점, 택시비와 같은 특정 분야의 총소비액과 방문 빈도를 파악해주기 때문에 조금 더 절약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세부적인 지출 관리가 가능하다. 예산을 설정해 소비 금액을 관리할 수 있는데 직접 설정하지 않았을 경우엔 이전 3개월 동안 사용한 평균 금액이 자동으로 설정된다. 이와 더불어 사용 금액에 따라 ‘잘 쓰고 있습니다’ ‘조심하셔야겠어요’ ‘안전’ ‘적정’ ‘초과’ 등의 알림을 통해 적절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4년 8월 PC 웹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5년 12월 론칭한 모바일 서비스까지 뱅크샐러드 사용자는 약 30만 명, 절약한 금액은 6억 3000만 원에 달한다.

뱅크샐러드에서 이와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3600여 종의 신용카드에 포함돼 있는 25만 개 이상의 혜택을 정리해 데이터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카드의 혜택을 1원 단위로 계산할 수 있는 추천 엔진을 개발해 앱 사용자들이 월 평균 소비 금액을 더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 데이터베이스(DB)화를 위해 그는 2년간 25만 개 카드사의 데이터를 긁고 다지기를 반복하며 뱅크샐러드 서비스를 만들었다.

“카드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신용카드의 혜택 정보를 한곳에 모아야 했어요. 함께 창업한 여섯 명의 멤버들과 국내의 모든 신용카드 혜택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카드사, 금융사와 제휴해 정보를 제공받지만 창업 초기엔 정보를 주지 않아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찾아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했지요.”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는 카드 혜택 정보를 제공하려다 보니 DB를 뒤엎기 일쑤였지만 그 결과 국내에서 사용하는 카드 정보 DB를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됐다.

“국내 모든 카드 정보를 DB화해놓으니 오히려 카드 회사에서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2014년 12월엔 IBK은행과 업무 협약을 맺고, 신용카드 추천 앱을 선보였습니다.”

2015년 6월엔 KT의 위치 기반 카드 혜택 추천 서비스인 CLIP을 공동 개발 하는 등 금융권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뱅크샐러드 사용자는 추천받은 카드를 직접 발급할 수도 있지만 뱅크샐러드에 발급을 의뢰할 수도 있다. 이때 카드를 대신 발급해주고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는 것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학생 때부터 호떡 팔며 창업 훈련

카드 결제 금액을 관리해주고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를 추천해주는 뱅크샐러드 어플 실행 화면.

서강대 경영학과 2학년이었던 2005년, 그는 문득 수업 때 배웠던 경영 이론을 실행해보고 싶어 학교 앞에서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부산 출신이었던 그는 부산에서 이름난 씨앗호떡집 주인에게 호떡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아 학교 앞에서 노점상을 열었다. 하루 500~600장의 호떡을 팔며 금세 일대의 명물이 됐다. 그러나 노점들의 텃세가 이어졌고, 장사를 하려면 서부노점상협의회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계속되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하고 마는 굳센 의지로 꿋꿋이 장사를 이어갔다. 어느 날 남루한 행색을 한 노인이 1시간이 넘도록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노인에게 다가가 “호떡을 드시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시라”며 호떡 열댓 개를 싸서 건넸다.

“노숙자인 줄 알았던 그분이 알고 보니 서부노점상협의회 회장님이었던 거예요. 시찰을 나왔다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며 호떡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셨어요.”

그는 깔끔한 느낌을 주려고 일식 주방장 유니폼을 차려입는가 하면 손님이 직접 돈을 내게 하는 자율 계산대를 만들어 인력 문제를 해결했다. 맛 집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은 소망을 담아 “맛 집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은 곳”이라는 재치 넘치는 팻말을 만들어 노점상 한편에 붙였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정말 맛 집 프로그램에서 호떡을 취재해 가면서 월 매출 1500만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인기를 끌었지만 입대 전까지만 하려고 했던 프로젝트였기에 그는 6개월 동안 장사 경험을 쌓은 후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그는 2012년 서강대 창업경진대회에서 뱅크샐러드 아이템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호떡 장사와 과외로 모은 종잣돈으로 레이니스트를 창업했다.

“저는 호기심이 강해요. 학생 때도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고, 의문이 들거나 해결되지 않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질문을 던져요. 레이니스트를 창업하게 된 계기도 마찬가지예요. 신용카드를 쓸 일이 많은데 어떤 팸플릿을 읽어봐도 어떤 카드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더라고요. ‘정보를 왜 이렇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거지?’ 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 또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인 것 같아요(웃음).”

대학교 친구 여섯 명과 함께 창업해 지금은 열일곱 명의 멤버들과 함께하고 있다.

“창업 준비 단계부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부모님의 반대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멤버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게 더 힘들었어요. 뱅크샐러드 서비스가 더 편하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 만큼 레이니스트의 멤버들도 레이니스트를 선택한 것에 후회를 느끼지 않고 이 공간에서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최적화된 협업 시스템,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을 때 유연하게 융화시켜 나가는 방법 등 조직 문화를 잘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올 상반기엔 카드 혜택 뿐 아니라 예금, 적금, 연말정산 소득공제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축적된 데이터 및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이 가장 적합한 금융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금, 적금 등 각 상품의 본질에 맞는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레이니스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동안 금융업계에서 알기 어려웠던 흩어진 정보를 모아 사용자들에게 자산 관리 코칭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뱅크샐러드 어플 설치 후 1인당 평균 100만 원 절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금융 혜택을 제공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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