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최장수 프로축구선수 김병지(46)가 현역생활 연장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1992년 울산에서 데뷔한 김병지는 2015년 전남까지 24시즌을 현역으로 뛰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그는 친구들이 K리그 감독이 되고, 후배가 코치로 오는 시점에서도 묵묵히 골키퍼 장갑을 꼈다. 그는 지난 시즌 K리그 7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전남과의 재계약이 불발됐지만, 김병지가 현역생활을 이어가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울산 김승규, 수원 정성룡 등 국가대표 골키퍼들이 J리그로 이적했다. 성남 박준혁은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K리그서 주전급 골키퍼들의 공백이 커져 연쇄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주전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베테랑 골키퍼를 원할 팀들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지난해 10월 온라인상에 김병지 9세 막내아들이 친구의 얼굴을 일방적으로 심하게 때려 ‘학교폭력’의 주인공이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병지 측이 제대로 사과도 안했다는 주장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없이 온라인상에서 김병지는 이미 몰상식한 사람이 돼 있었다.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인격모독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만신창이가 됐다.

억울함을 호소한 김병지는 25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김병지는 아들의 폭행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쌍방과실’이라는 점을 각인했다. 또 방송에 보도된 피해학생의 상처가 본래보다 더 심한 것처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부모가 사건을 왜곡하고, 언론폭로를 구실로 김병지 측을 지속적으로 협박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학교가 중재에 나섰지만, 오히려 학교장이 김병지 아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들 싸움에 어른이 나섰다’고 볼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김병지 측은 피해자 부모와 학교장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제 해당사건의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터진 뒤 김병지는 전혀 훈련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골키퍼로 수문을 지키는 것보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김병지는 선수로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온 힘을 여기에 쏟고 있다. 내 문제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훈련을 잠시 쉬었다고 기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 문제는 일단 나중에 생각할 것”이라며 당분간 가정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지는 프로축구에서 상징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를 영입하는 구단은 높은 연봉 등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다. 웬만한 지도자보다 나이가 많은 김병지를 영입하기 부담스러운 분위기도 분명 있다. 결정적으로 아들의 문제가 터지면서 김병지의 새 팀 찾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사건이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면 조속한 시일 안에 해결이 어렵다. 아직 선수영입 마감기한까지 여유가 있지만, 김병지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과연 김병지는 이대로 경기 외적인 문제에 부딪쳐 골키퍼 장갑을 벗게 될 것인가. 김병지가 명예와 새로운 소속팀을 모두 찾고 그라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