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무(無)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21일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한편,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대성(부산 사하갑) 의원을 인천에 투입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안 전 대법관에 대해 "국가관이 투철한 분으로서 시대의 화두인 정치 개혁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고, 문 의원에 대해 "체육 발전에 더 큰 일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출마를 권유해 설득시켰다"고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3선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이 새누리당에 공식 입당하자, 여권에서는 "물밑에 있던 김 대표의 총선 전략이 실행에 들어갔다"는 말들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경태(왼쪽에서 둘째)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서청원(맨 오른쪽) 최고위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무성(오른쪽에서 둘째)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를 지켜보며 웃고 있다.

김 대표는 상향식 원칙 속에 전략 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영입 문제에서 운신(運身)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공천 보장 없이 당내 경선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데려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김 대표가 꺼낸 카드는 '경선을 통한 흥행'이다. 조 의원의 경우 야당 3선이라는 무게가 있음에도 김 대표는 "경선에 예외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하을은 6명의 예비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 의원의 지역구 변경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 의원은 야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인천 남동갑에 투입된다. 이윤성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하다 19대 총선에서 친노(親盧)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에게 빼앗긴 지역이다. 이곳에서 이 전 의원 등과의 경선을 통해 관심을 끈 뒤 그 효과로 인천 전체 선거에도 바람을 기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주소지를 허위로 옮겨놓은 '유령 당원'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이달 안에 모두 바로잡겠다"고 한 것도 "경선을 망치는 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흥행의 전제인 공정성이 무너질 경우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 중인 상향식 공천 자체가 망가지게 된다"고 했다.

김 대표 측은 "김 대표가 선대본부장과 당 대표 등으로 치른 역대 선거 결과가 대체로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 둘 수(手)들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2014년 7월 대표 취임 이후 치러진 두 차례 재·보선에서 모두 이겼다. 세월호 참사 여파 속에 치러진 2014년 7·30 재·보선에선 11:4로,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위기를 맞았던 작년 4·29 재·보선에서도 4:0으로 이겼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시 김 대표를 향해 "'선거의 여왕'이란 말이 있는데 '선거의 남왕(男王)'도 있다"고 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다.

당내에는 이 같은 김 대표의 전술에 대해 우려와 반발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논문 표절 의혹으로 탈당까지 했던 문 의원을 다시 수도권에 출마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 전 대법관의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 같은 지역구 경쟁자인 강승규 전 의원은 "불공정 경선을 초래한다"며 비판했다. 조경태 의원 영입에 대해서도 수도권 일부 의원은 "부산 선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남의 당(黨) 의원을 빼오는 건 수도권 선거에선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유령 당원 문제 역시 예비후보자들은 "당장 경합 지역에 대한 전수(全數)조사를 실제로 실시하는 등의 조치가 따르지 않는다면 현장에서는 (유령 당원을 박아놓은)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 위세에 눌려 말뿐인 조치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