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항소 이유를 설명하는 데 1분씩입니다. 시간 지나면 다음 사건으로 넘어갑니다."

지난해 서울 지역 법원에서 근무한 A 판사는 원고·피고 변호사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실제 발언이 1분을 넘기자 A 판사는 "다음 사건 진행하겠다"면서 변호사에게 법정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A 판사는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내놓은 2015년 법관 평가에서 하위 법관에 이름이 올랐다. 올해 법관 평가에서도 판사들의 고압적 재판 진행이나 당사자들에 대한 막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A 판사는 예전에도 같은 이유로 지적을 받았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한 판사는 법정에서 변호사에게 '한심하다, 한심해. 무슨 삼류 드라마 같아서 실체적 진실을 찾을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에 같은 사건을 해봐 더 볼 게 없다'며 재판 결과를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한 판사도 있었다.

또 음주 운전 사건에서 검사가 집행유예를 구형하자 '피고인과 친구냐. 왜 이렇게 봐줘' 하거나 '그래서, 그게 뭐?' 하며 반말한 판사, 이혼 사건에서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느냐.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며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까지 한 판사 사례도 있었다.

이번 평가에서 법관 18명이 50점 미만을 받아 하위 법관에 선정됐다. 작년보다 2명이 늘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판사는 100점 만점에 22점이었다.

반면 허익수 판사(서울가정법원), 정형식 부장판사(서울고법), 여운국 판사(서울고법), 임선지 부장판사(광주지법 목포지원), 손주철 부장판사(춘천지법 원주지원), 송미경 판사(서울중앙지법), 김관용 판사(서울고법), 임정택 판사(서울중앙지법) 등 8명은 95점 이상을 받아 우수 법관으로 뽑혔다. 여운국·송미경 판사는 2년 연속 우수 법관에 올랐다. 허익수 판사는 이혼 사건 조정을 하면서 당사자들의 얘기를 4시간 넘게 들어주며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변회는 "올해는 변호사 참여율이나 평가서 접수 건수가 역대 최다였다"며 "법관 평가가 인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관 평가에는 서울변회 소속 회원 1만2758명 중 1452명(11.4%)이 참여해 평가서 8400건을 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한 차례 법관 평가를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