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담론' 등을 쓴 신영복(75) 성공회대 석좌 교수가 15일 암으로 별세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육군사관학교의 경제학 교관이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20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수감 중 휴지와 엽서에 적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1988년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같은 해 8·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98년 성공회대 교수로 임용됐고 2006년 퇴임 후 석좌교수로 강의했다.
그는 "인간 이해에 있어서 감옥은 대학이었다"면서 수감 생활 도중에 동양 고전을 공부했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강의'(2004년)와 '담론'(2015년) 등을 펴냈다. 그는 '담론'에서 "읽는 것이 자유롭지 못할 때 한 권으로 오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당연히 동양 고전을 선택하게 된다"고 썼다.
그는 서예가로도 많은 서화를 남겼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상표명이 그의 글씨다. 지난해 8월 만해(萬海) 한용운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만해문예대상을 받았다. 상금 3300만원 전액을 성공회대 장학금으로 기부하며 "만해 스님은 당대 사회 모순의 한복판을 꼿꼿이 대쪽같이 걸어가신 분"이라며 "만해 선생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부담감을 갖게 된다"는 수상 소감을 말했다.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 부인 유영순씨와 아들 지용이 있다. 빈소는 성공회대 대학성당. 발인 18일 11시. (02)2610-4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