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잠실동 한 아파트에 사는 전영지(43)씨는 태어난 지 3개월 된 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입양했다. 초등학생 외동아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해서 '강아지 동생'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메라니안 '사랑이'를 데려오고 나서부터 전씨는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걸려오는 항의 전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사랑이가 엘리베이터나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큰 소리로 짖어댔기 때문이다. 전씨는 "이러다 아파트에서 쫓겨날 판"이라며 "사랑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2. 한 살짜리 갈색 푸들 '초코'를 키우는 경기 시흥시 은행동 김재영(23)씨는 배변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초코가 화장실과 침대를 넘나들며 예상치 못한 곳에 변을 보기 때문이다. 배변 훈련 동영상을 찾아 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 김씨는 "6개월 된 강아지도 배변을 가린다던데,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성규

#3.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이모(36)씨는 생후 11개월 된 보더콜리 '찰스'를 키운다. 가족 말은 잘 따르지만, 찰스는 밖에 나가는 순간 돌변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덤비거나 달려들어 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찰스에게 물린 사람만 5명이다. 찰스가 그럴 때마다 이씨는 "나쁜 행동"이라고 가르치고 화도 내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대형견 찰스가 혹시 나중에 주인도 물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씨는 찰스를 훈련소에 보낼까 고민 중이다.

집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은 한두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개에게 문제가 있다며 훈련소를 찾는 사람의 80% 이상은 ①아무 때나 짖거나 ②정해진 곳 이외에 변을 보거나 ③타인을 공격하는 경우다. 인터넷 '개 훈련 매뉴얼'을 따라 한다고 TV 동물 프로그램에서처럼 20~30분 만에 문제견이 뚝딱 모범견으로 바뀌진 않는다. 개의 종류와 나이, 커 온 환경마다 훈육·훈련법이 다르지만 애견 훈련 전문가들은 '개의 잘못은 100% 주인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견주가 개를 제대로 훈육 또는 훈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출장 훈련 업체 '펫을 부탁해'의 훈련사 황문선씨는 "아무 데나 배변을 하거나 짖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 표현'일 수도 있다"고 했다. 황씨는 "이씨의 보더콜리 '찰스'처럼 공격성을 보였을 때는 무시하는 게 가장 좋다"며 "가끔 버릇을 고친다고 때리는 견주들이 있는데 오히려 공격성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대 애완동물학과 정하정 교수는 "개가 예민해 자주 짖는다거나 주인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면 어릴 적 훈육이 잘 안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훈육이란 생후 3개월 정도의 어린 강아지에게 사회 적응법을 알려주는 단계다. 개는 3개월 전후로 사회성이 발달하는데 그 시기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줘야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애견이 어리다고 집과 동물병원만 왕복하는 대신 잔디나 낙엽을 밟아보거나 밖을 돌아다니며 주인 이외의 다른 사람을 만나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훈육법"이라고 했다.

개 훈육과 훈련을 시킬 때는 무리 동물이자 서열 동물인 개의 본능을 존중해야 한다. 애견 전문 훈련소 '도그피아'의 이주상 소장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건 개가 주인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개는 본래 무리 지어 사는 동물로 우두머리와 서열을 정하는 본능이 있다. 개가 주인의 말과 어긋나는 행동을 보인다는 건 주인을 우두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개의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 이 소장은 "훈련소를 찾거나 훈련을 의뢰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개가 생후 6개월~2년인데 이 시기는 사람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쯤 되는 사춘기"라고 했다. 이때는 개가 서열 개념을 확립하는 시기로 1년 남짓 기간에 개는 자신의 무리, 즉 가족 중에서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시기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주인이 먹이를 줄 때마다 먹이를 하사하는 건지 상납하는 건지 매번 시험하려 드는 시기"라고 말했다. 생후 2년이 지나 성견이 되면 어느 정도 서열을 파악하고 현실감이 생겨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이 소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