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근처 프리모르스키 사파리 공원에서 맹수와 먹잇감 사이에 진기한 ‘우정’이 두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11월말 공원 직원들은 울타리에 갇힌 시베리아산 호랑이에게 여느 때처럼 산 염소를 먹이로 제공했다. 몇 마리 남지 않은 시베리아 호랑이 중 하나인 세 살짜리 ‘아무르’는 1주일에 두 번씩 토끼와 염소 등 산 짐승을 먹이로 받았다고.

맹수 호랑이 아무르와 먹잇감 염소 티무르의 단짝 우정

그런데 이번엔 호랑이 ‘아무르’가 산 염소를 잡아먹지 않은 것이다. 아무르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먹잇감에 ‘자비’를 베푼 적이 없었고, 한 번에 낚아채거나 덮쳐서 먹어치웠다.

잡혀 먹지 않은 이 염소에게 이전에 사라진 염소 먹잇감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아무르 앞에서 두려워 여기저기 도망 다니지 않았다는 것. 그저 호랑이 우리 안에서 자기 자리를 잡고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의연함’이 호랑이 아무르를 헷갈리게 한 모양이다. 이 사파리 공원의 대표 드미트리 메젠체프는 “호랑이가 헷갈려서 잡아먹기를 포기한 것 같다”며 “전에도 한번 염소가 뿔을 들이대며 저항하자 호랑이가 당장 죽이지 않은 적은 있지만, 그 염소가 약점을 보이자 바로 그다음엔 잡아 먹었다”고 말했다.

더 진기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둘 사이에 점점 우정이 싹트더니, 함께 걷고 염소처럼 서로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고, 숨바꼭질 놀이도 한다고.

사파리 공원 측은 우정이 계속되자, 이 염소에게 ‘티무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티무르는 호랑이 아무르를 강력한 수컷인 양 어디든 졸졸 따라다닌다.

이 우정은 얼마나 오래갈까? 애초 두 동물이 친분을 쌓은 지 1주일쯤 됐을 때 이를 관찰한 러시아 아생동물(WWF)의 생물다양성 전문가는 “오래가지 않을 것. 호랑이가 배고파질 때 깨질 것”이라고 했지만, 두 달이 돼가는 현재 둘 사이 우정은 갈수록 깊어져 물도 같이 마시고 아예 염소 티무르는 호랑이 아무르의 굴에서 같이 잠을 잔다.

하지만, 사파리 관광객들은 염소 티무르의 안전이 걱정돼, 티무르를 풀어달라는 청원을 이 사파리 파크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공원 측 입장은 다르다. “호랑이 아무르가 ‘친구’가 생긴 이래 신경도 많이 안정돼서 전에는 혼자 포효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이 염소에 대해 매우 보호적이 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호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파리 직원들에게까지 ‘내 염소를 건들지 마라’는 듯이 경고음을 발한다고.

사파리 파크 측은 아무르의 울타리 곳곳에 16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우정’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