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차례 허리 수술을 받고 간신히 걸어 다닌다던 타이거 우즈(41·미국)가 반바지를 입고 짝다리 짚은 채 필드에 섰다. 골프 장갑 낀 왼손에 쥔 아이언을 바닥에 대고 오른손은 바지춤에 넣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재미 교포 미셸 위(27)가 오른발 한 발로 서서 칩샷 연습을 하고 있다. 칩샷(chip shot)은 그린 주변에서 홀을 향해 공을 살짝 띄워 굴리는 어프로치 샷. 타이거 우즈 재단이 마련한 골프 클리닉에서 미셸 위가 우즈에게서 칩샷 레슨을 받는 모습이다. 미셸 위는 "이달 말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한 수 배웠다"고 했다.

짝다리 짚고 선 타이거 우즈(앞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셸 위가 오른발 한 발로 서서 칩샷 연습을 하고 있다. 미셸 위는“우즈가 직접 골프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는 것은 멋진 일이었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12일 미셸 위가 인스타그램에 이런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자 세계 골프계가 시끌벅적해졌다. 한때 남녀 골프의 상징이었던 두 선수가 등장한 데다, 최근 골프계의 핫 이슈 중 하나인 우즈의 은퇴설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칩샷 입스(yips·샷 실패 불안 증세) 때문에 골프채널이 꼽은 2015년 가장 놀라운 뉴스 1위에 꼽혔던 우즈가 칩샷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더 흥미를 끌었다. 미셸 위는 이날 한 발로 서서 칩샷을 하거나, 왼손으로만 클럽을 쥐고 칩샷하는 사진을 올렸다. '한 발 칩샷'은 균형을 유지하면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훈련이고, '한 손 칩샷'은 클럽 페이스가 일정한 각도로 공을 향해 들어가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우즈는 지난해 '입스 소동'이 있기 전까지 칩샷을 포함한 쇼트 게임에서도 최고였다. 2005년 마스터스 4라운드 16번홀에서 거의 90도로 꺾이며 성공했던 우즈의 칩샷은 지금도 회자되는 기적 같은 장면이다.

타이거 우즈는 12일 미셸 위와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둘은 스탠퍼드대학 동문이고 메인 스폰서도 나이키로 같다.

['여자 타이거 우즈' 골프선수 미셸위는 누구?]

[타이거 우즈 "골프 그만 해야 할지도…"]

우즈는 5년 전 한국에서 나이키가 주최했던 골프 클리닉에 참가해 주니어 골퍼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진행을 맡았던 임진한 프로는 "골프 선생님으로서도 우즈는 탁월했다"며 "어떤 골퍼가 가진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해서 처방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이론에도 해박하다"고 했다.

미셸 위는 우즈와 공통점이 많다. 스탠퍼드 대학교 동문(우즈는 중퇴)이고, 메인 스폰서가 나이키로 같다. 미셸 위는 주니어 시절 엄청난 장타로 '여자 타이거 우즈'라 각광받았다. 지난해 부상으로 부진했던 미셸 위는 이달 말 바하마에서 열리는 LPGA 투어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우즈가 이날 직접 샷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외신들은 "그가 골프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진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