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 대표 “꼴데 소리 듣는 건 프런트 책임”
철저한 반성, 2016년 롯데 변혁 예고
[OSEN=부산, 이대호 기자] '꼴데(꼴지 롯데)'라는 말이 공식 석상에서 나왔다. 팬들끼리 자조적으로 비하해서 부르는 단어인 '꼴데'는 롯데 팬들 사이에서 금기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최하위를 했던 아픔을 되새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창원 롯데 대표이사가 11일 시무식에서 '꼴데'를 말했다. 상당히 이례적이다. 2014년 말 취임 뒤 가진 작년 첫 시무식에서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말을 꺼낼 때부터 파격이었는데, 아예 롯데가 가장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을 꺼냈다.
파격이다. 그 만큼 충격적이다. 다른 이도 아닌 대표이사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롯데는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이 사장은 "'꼴데'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프런트 책임"이라고 자아비판을 했다.
- '리그를 선도하는 우승팀이 되자'
이날 롯데는 지난 겨울동안 틀을 다진 새로운 미션-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구단은 "매 순간 지향해야 할 지침"이라고 미션-비전을 정의했다.
미션은 다음과 같다. 구도 부산을 대표하는 프로야구단으로서 전통과 긍지를 지켜나가며, 팬과 파트너에게 근성 있는 팀플레이와 우승으로 보답한다고 약속했다. 비전은 리그를 선도하는 우승팀이 되자.
이에 따른 경영방침은 1) 포기하지 않는 팀플레이로 우승 지향 2) 프랜차이즈 선수 육성 3) 팬,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감동 제공 4) 지속적인 개선과 투자로 경쟁력 강화이며, 핵심가치는 팬 지향, 근성, 열정, 지역친화로 정했다.
당장 올해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롯데가 추구해야 할 이정표를 정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주목할 점은 '파트너'를 계속 강조했다. 팬과 나란히 언급하고 있는데, 그 동안 롯데는 구단 운영 협력사들과 작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갑을'관계라고 볼 수 있지만, 이창원 대표는 구단과 파트너사가 함께 가야 동반 발전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꼴데'를 말한 사장, 직원들 반응은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꼴데’라고 말한 것에 직원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한 관계자는 “우리 구단이 과거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우리가 잘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그 때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한때 롯데는 KBO 흥행을 주도한 구단이었다. 2008년 야구 붐 중심에는 롯데가 있었다. 관중석은 연일 만원이었고, 다른 구단들은 롯데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롯데 직원들은 ‘동료들이 부러워하는 구단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롯데는 최근 3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관중도 대폭으로 줄어들었다. 구단 직원들도 과거 영광을 잊고 새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미션-비전’ 발표도 그 연장선상이다. 한 관계자는 “여전히 우리 구단 비전은 ‘롯데를 KBO의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만들자’였는데, 지금 사정과는 맞지 않아 이번에 새롭게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 강민호 “구단 변화, 선수들도 느낀다”
선수들도 달라지는 롯데를 느끼고 있었다.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빠른 연봉협상, 과감한 인사기용, 효율적인 선수영입으로 호평을 받았다. 선수단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2016년 주장으로 선임된 강민호는 “구단의 많은 변화를 지켜봤고,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 이제 선수들은 ‘야구 잘 하면 구단에서 알아서 지원을 해 줄 준비가 되어 있구나’라고 알게 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좋은 조건으로 서포팅 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프런트의 현장개입 여부도 관심사다. 과거 롯데는 여러 번 구단 최고위층 인사의 과도한 개입으로 잡음을 냈다. 조원우 감독은 “예전에 코치로 있을 때(2011~2012년)는 (구단주대행) 간섭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취임 후 한 번도 구단으로부터 지시나 간섭을 받은 적이 없다. 성적만 낸다면 최고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cleanupp@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