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우 작가
작가는 무에서 유를 만든다

'편견을 버린 진짜 대결이 시작된다.'  MBC 은 이 문구처럼 '진짜 대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이 진짜 대결을 기획한 장본인, 박원우 작가를 만났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새내기였던 박원우 작가가 처음 맡은 프로그램은 . 이후 , <21세기 위원회>, , , , , 등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동안 그는 어느덧 20년 가까이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베테랑 작가가 됐다.

"코미디만 빼고 안 해본 게 없어요. 오락과 교양의 퓨전이라고 하는 엔포테인먼트 프로그램도 여럿 했고요. 현재는 KBS 과 MBC 을 하고 있어요. 작가 10명이 소속된 작가회사 '감자'의 공동대표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방송사에서 저희의 4대 보험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열심히 해야죠."(웃음)

가면 하나로 시청자를 웃고 울리는 은 몇 달간 꾸준히 장안의 화제다. 겉으로는 노래 대결이지만, 가면을 벗으면 드러나는 인물과 그 인물의 스토리는 이 프로그램의 키포인트. 특히 은 작가들이 100% 만들어낸 기획안이라는 점에서 여느 프로그램과 탄생 과정부터 차이가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 팬덤이 형성된 아이가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점수를 많이 가져가요. 노래 잘하는 애가 따로 있는데 인기 있는 애가 1등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죠. 그래서 '누군지 모르고 오디션하면 안 되나?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오디션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아이템을 발전시켰어요. 안영란, 문아름 작가 등과 같이 살을 보태고 보완해나가면서 기획안을 완성했고 각 방송사의 PD들에게 보여주었죠. 결과적으로 MBC 민철기 PD가 하기로 했고, 설 특집으로 처음 방송됐어요."

'계급장 떼고 덤벼라!'라는 카피부터 가면 콘셉트와 디자인, 무대장치까지 디테일한 부분 모두 작가들이 만든 최초 기획안 그대로 방송으로 나갔다. 그 결과는? 동시간대 와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의 작가들이 하는 일은 여러 가지예요. 섭외는 저희도 하고 PD도 해요. 음악 선곡 작업도 같이 하고, 가수들이 보내온 녹음테이프에 대한 평가와 곡 매치도 같이 하고, 가면 이름도 같이 짓죠. 때로는 보안 때문에 가수들이 화장실 갈 때도 따라가요."

복면이 벗겨지면 정체가 드러나는지라 이를 사수하는 것도 때로 작가의 몫이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많아진 요즘은 가수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데 더 적극적이라고.
"얼마 전 배우 김진수 씨가 출연했는데, 작곡가 김형석 씨하고 굉장히 친해요. 김형석 씨가 김진수 씨한테 혹시라도 나오거든 꼭 귀띔이라도 해달라고 당부했는데, 결국 얘기를 안 하고 나오셨죠. 오히려 발설돼서 재미없어지면 본인들도 손해니까, 가수들 스스로 조심하는 편이에요."

현진영 '편지' 기대 이상,
거미 '양화대교' 안 불렀을 뻔
얼마 전 이 멤버들의 24시간을 기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당시 의 민철기 PD는 박명수를 섭외하기 위해 거금 1천만 원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의 출연진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요리를 어느 정도 해야 요리 프로에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노래도 어느 정도 해주시면 좋죠. 그렇지만 저희 프로그램은 숨겨진 인물을 발굴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에요. 노래는 어느 정도만 해주시면 된다고 생각해요. '나 이 정도 노래하는데 좀 들어봐 주실래요?' 정도의 바람을 가진 분들이 나오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클레오파트라, 해바라기 등 장기 가왕도 화제의 중심이지만, 잠시 잊고 있던 연예인의 등장도 또 다른 화젯거리다. 을 만드는 이들 역시 그런 데서 감동과 보람을 찾는다. 한편 제작진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현장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현진영의 무대, 이영현의 탈락이다.  

"현진영 씨는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걸 보았을 땐 다소 산만했어요. 타 프로그램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걸 들었는데 그때는 성량이 터진다거나 음정이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요. '혹시 무대사고 나진 않을까?' 불안했는데 '역시 현진영이구나' 싶었죠. 그 정도로 잘해주셨어요. 저희도 듣다가 다 울었으니까요."

한동안 해바라기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른 거미의 경우,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선곡을 두고 찬반이 분분했단다.

"처음에 저는 이 곡을 반대했어요. 연습실에서 거미가 그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저희 작가들이 많이 울었는데, 그 사운드와 감동이 무대 위에서 100%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딴 곡을 하자고 했는데 후배 작가들이 반대를 했어요. 후배들이 반대할 때가 제일 무서운데, 결과적으로는 잘됐어요. 후배들 얘기를 무시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생각해요."(웃음)

오랜 작가 생활을 거쳐 이제는 굵직한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로 자리매김한 그가 마지막으로 이 말을 덧붙였다.

"얼마 전 예능작가들끼리 모여 '이제는 방송작가들의 권리 찾기를 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방송작가들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사람들이지, 유에서 유를 만드는 일은 그 이후의 일이거든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고 싶은 게 첫 번째예요. 방송국은 '좋은 기획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지고 오세요'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기획안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없거든요. 그런 권리 찾기가 현실화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최재영 작가
리얼리티 쇼의 매력? 예측 불가능한 현장

케이블 예능의 최강자 tvN, 그 배경에는 간판 프로그램인 '꽃보다 시리즈'와 의 공이 혁혁하다. 매회, 매 시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은 이들 프로그램의 메인작가, 최재영을 만났다.

밤샘 작업이라도 한 듯 편한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달려온 최재영 작가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는 1월 1일 첫 방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이제 편집만을 남겨둔 상황. 시청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크다.

"아이슬란드라는 자연이 줄 감동에 기대감 커"
나영석 PD의 간판 프로그램인 '꽃보다 시리즈'에는 할배, 누나 그리고 청춘 코드가 있다. 이 중 청춘 코드인 의 시즌3가 곧 방영을 시작한다. 페루, 라오스에 이어 아이슬란드까지 기획 단계에서부터 모든 작업을 함께하고 있는 최재영 작가는 이 프로그램의 숨은 일등공신 이다.

", 가 끝난 뒤 합류해 회의에 들어갔어요. 다른 연령대나 성별 등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젊음, 친구, 청춘이란 키워드가 떠올랐죠. '젊은 친구들이 같이 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라는 단순한 물음표에서 시작한 기획이에요. 할배 편처럼 심오한 이야기가 나온다든지, 누나 편처럼 심장을 뛰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연령대 혹은 친구들만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 있겠다 싶었죠. 이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저 역시 그 나이대다 보니 기획 과정에서 매우 즐거웠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예기치 않은 장면과 기대 이상의 감동이 나오기도 했다.

"페루 편 출연진들(윤상, 유희열, 이적)은 20년 이상 음악만 팠던 사람들이잖아요.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아 음악을 하고 있고, 친구이자 동료이며 라이벌이기 때문에 손에 잡히지 않는 끈끈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뚜껑을 열어봤더니 역시 저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뭉클한 뭔가가 있었죠. 뒤이은 라오스 편은 20대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시즌3를 맞은 이번 의 무대는 아이슬란드다. 만만치 않은 이번 장소로 떠나게 된 출연진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배우들인 정우, 조정석, 정상훈 그리고 강하늘이다.

"조각미남이거나 데뷔하자마자 빵 터뜨린 친구들이 아니에요. 짧든 길든 무명 시절을 거쳤고 이제야 조금 얼굴을 알린,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의 젊은이들이죠. '한창 일을 하고 단련 중인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깃거리는 뭘까' 하는 부분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예요. 개인적으로는 아이슬란드라는 자연이 주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스케일에 놀라시지 않을까 싶어요." 

오랫동안 <1박 2일>, 를 했기 때문일까? 출연자의 입담이나 개그 코드에 기대기보다 자연이 주는 감동, 그 맛을 알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1박 2일>을 하면서 만 6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사계절을 다녔으니까 경험치가 쌓였죠. 같은 고장이라도 봄에 가면 다르고 가을, 겨울에 가면 또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예능이 보고 싶어서 TV를 튼 사람들도 화면 속 자연이나 맛집을 보면서 '저기 나도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하고 좋아하더라고요. 요즘은 마냥 웃기는 것보다 보면서 같이 공감하길 원하는 것 같아요. 그게 요즘 시청자들의 성향, 트렌드인 것 같아요."

편하자고 만든 , 기대 이상의 '대박'
처음 라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을 때 사람들은 적잖이 놀랐다. 그야말로 출연진이 삼시세끼를 해 먹는다는 내용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심심하고 일상적인 테마가 예능 대세로 자리 잡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실 (힘들게 일을) 하기 싫어서 만든 기획인 면도 있어요. <1박 2일> 하면서 매주 전국을 다니고 거친 일정들을 소화하니까, 이우정 작가와 나영석 PD가 농담 삼아 '그냥 시골 가서 평상에 드러누워 밥이나 해 먹으며 좀 쉬자'라고 했던 아이템이 실현된 거거든요. 만약 3년 전이나 3년 후에 가 나왔다면 망했을지도 몰라요. 2014~2015년 이 시기에 적절하게 잘 맞아떨어진 콘텐츠인 거죠. 복잡한 형태의 프로그램만 있는데 텅 비어 있는 프로그램이 나왔으니 '어 이거 뭐지?' 하고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특히 시즌1은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한 번도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았다. 방송가에서는 대단히 드문 현상이다.

"옛날에는 연출하고 카메라 찍고 편집을 하면 PD, 대본을 쓰면 작가로 나뉘었어요. 근데 리얼리티 쇼프로그램은 대본이 없는 프로거든요. 최근 이런 리얼리티 쇼가 많아지면서 PD와 작가의 영역 구분이 많이 무의미해졌어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재미와 감동을 최대한 잘 잡아내서 이야기로 풀어내는 게 리얼리티 쇼의 화법이라면, 현장에서는 PD, 작가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연출가가 되고 작가가 되거든요. 편집할 때도 마우스와 키보드는 PD가 잡고 있지만, 저희(작가)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대중이 원하는 코드를 찾아나가는 작업을 해요. 그래서 지금은 작가의 역할이 정확히 여기까지다, 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졌어요. 다 같이 똘똘 뭉쳐서 톱니바퀴처럼 해나가지 않으면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성립되기 힘들거든요."

커리어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면 현재 후반기의 많은 프로그램들을 나영석 PD와 함께하고 있는 그는 마지막으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작가는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내 직업에 더욱 프라이드를 갖고 악바리 근성으로 일해야 하죠. 여기에 성실함과 나만이 가진 플러스원이 있다면 더 오래 롱런하는 작가가 될 수 있겠죠."

김미경 작가
'맛'이 아니라 '진심'을 전하는 쿡방

쟁쟁한 프로그램들 사이 시청률 1위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기록한 에는 기존의 쿡방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을 조율하는 김미경 작가의 레시피가 궁금하다.

쿡방이 대세다. 너도나도 요리하고 음식을 맛보며 비슷한 감탄사를 내뱉는 사이 이제 슬슬 지겨워진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그 전쟁터에 SBS (이하 <3대 천왕>)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쿡방의 매력을 한껏 살리면서도 어딘가 다른 <3대 천왕>의 승승장구 뒤에는 맛을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에 집중하는 김미경 작가가 있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될까라는 의심이 많았어요. 이미 쿡방은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었고, 우리 프로그램은 예능 요소가 너무 없었으니까요. 포맷을 비틀기보다는 정통으로 승부하고 싶었죠. 수십 년 동안 요리 하나만 해온 명인들이 정직하게 요리하는 모습으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봤거든요. 다행히 시청자들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3대 천왕>은 백종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집필을 겸하고 있는 김미경 작가가 백종원의 진솔하고 소탈한 매력을 발견하고 MC 자리를 제안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며 숨은 고수들의 요리 대결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에서 '4대 천왕'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코너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독립하면서 전격 합류한 김미경 작가는 백종원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이종격투기를 연상시키는 '지상 최대의 요리 중계 쇼'라는 현재의 포맷을 완성했다.

"식당을 찾아가면 다들 TV에 선보일 만한 요리가 아니라면서 거절하세요. 문전박대하는 주인장에 저희 스태프들이 가서 재료 다듬고, 서빙하면서 섭외에 공을 들이거든요. 막상 스튜디오에서 박수를 받으면서 요리를 하시면 감격스러워하세요. 지금까지 요리만 하며 살아온 삶이 헛되지 않았다며 대부분 우시죠.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고생하신 어머님, 아버님들의 손을 보면 맛을 넘어 그분들의 삶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3대 천왕>은 품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자료조사부터 답사, 섭외, 촬영까지 한 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10여 명의 작가들이 고생하고 있다. 작가들이 직접 답사하는 맛집만 30여 개에 달한다. 사업과 방송으로 바쁜 백종원 역시 일주일에 3~4일을 '3대 천왕'에 할애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메인작가는 스튜디오 진행 조율, 컨펌, 메뉴 선정 등 가장 실무적이지 않은 일을 해요. 후배 작가들이 승합차를 타고 전국을 돌며 고생하고 있어요. 진짜 공로자는 후배 작가들이죠. 답사 때는 하나의 메뉴만 계속 먹어야 하니 소화제나 피부염은 달고 살죠. 다들 4~5kg씩은 쪘을 거예요."

‘사람’과 ‘이야기’가 좋아 예능작가 한 지 20년

물론 김미경 작가에게도 그런 막내 시절은 있었다. 대학 시절 저널리스트를 꿈꿨던 김미경 작가는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개국을 준비하던 위성방송국의 막내로 들어가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KBS , SBS , ,

를 거쳐 현재 와 을 집필하고 있다. “잠깐 아르바이트로 하려다가 지금까지 못 나가고 있다”고 농담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료돼 20년을 작가로 살고 있다.

“공중파 첫 프로그램은 KBS 예요. 6개월 만에 없어진 프로그램인데 첫 녹화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조명이 켜지고,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그 열기가 좋았어요. 토크쇼를 주로 했는데, 방송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스물여덟에 결혼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과 7살이 되는 딸을 키우고 있는 김미경 작가는 스스로 평범하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그녀의 프로그램에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살아 있다.

“정말 독특하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친구들도 많은데, 저는 보통의 삶을 천천히 살아오고 있어요. 지금도 예능작가들보다는 학부모들 위주로 만나고요. 학부모들을 만나면 보통 30~40대 여자들의 취향이나 눈높이를 알 수 있죠.”

방송작가는 밤샘과 철야가 예삿일이다. 대신 아침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육아와 일의 병행이 어렵지 않다는 김미경 작가. 가정에서는 완벽한 엄마의 모습이지만 시청률만큼은 초연할 수 없다. 지금도 매번 시청률이 나오기 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이제는 아이들도 다 알고 시청률이 나올 때면 제 표정을 살펴요.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제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아들이 엄마처럼 방송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지만 아직은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직업이니까요.”

<3대 천왕>이 순항하고 있는 지금, 김미경 작가는 초심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3대 천왕> 덕분에 처음 서울에 올라온 각 지역의 명인들, 재래시장 상권이 살아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소시민들, <3대 천왕>을 통해 먹는 즐거움을 알았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저희는 맛집 소개 프로가 아니라 음식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는 프로예요. 김준현 씨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하루 세 끼를 즐기면 인생 전체가 즐겁다고요. 그런 기쁨, 함께 누리고 싶어요.”

[- 더 많은 기사는 여성조선 0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