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정영목 옮김
해냄 | 210쪽|1만4500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1922 ~2010)가 타계 1년 전에 발표한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불경스럽게도 구약성경을 개작하면서도 장난스럽고 수다스러운 작가 특유의 서술로 구약성경 속 하나님의 논리에 허를 찌른다"(뉴요커)는 평을 받았다.

이 소설은 '하나님이라고도 알려진 여호와'가 목적을 알 수 없는 실험을 하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고 한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눈으로 여호와를 재조명하고, 여호와의 악의(惡意)를 들추어내려고 한다. 인류가 악행을 되풀이하는 것은 인간만의 잘못이 아니라 여호와의 독선이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카인은 여호와가 편애하는 아벨을 죽인 뒤 여호와를 만나 항변한다. '아벨을 죽인 것은 너다. 맞습니다. 하지만 선고를 하신 것은 주이시고, 나는 그저 처형을 했을 뿐입니다.' 카인은 이마에 표식을 단 채 방랑길에 오른다. 그는 노아를 만나고, 그의 아내와 정을 통하기도 한다. 이삭과 아브라함도 나온다. 아브라함은 "여호와는 자신을 실망시키는 사람은 파멸시키거나 병들게 하지"라고 아들에게 말한다.

카인은 아브라함을 말려 이삭의 목숨을 구한다. 카인은 바벨탑을 짓는 일에 참여한 사람도 만난다. 여호와가 웅장한 바벨탑을 본 뒤 인간의 능력에 질투를 느끼고는 큰 바람을 일으켜 탑을 무너뜨렸다는 것. 카인은 소돔을 멸망시킨 여호와의 폭력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죽음을 맞기 직전에 신(神)과 논쟁을 하듯 써낸 존재의 항소(抗訴) 이유서 같기도 하다.